애도기간에도…홍대·강남은 여전히 '북적'

입력 2022-11-06 17:57   수정 2022-11-09 09:12


“이태원에는 왜 놀러가선. 슬프긴 한데 애도를 강요하니 오히려 거부감만 느네요.”

이태원 참사로 정해진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10시. 강남역 인근 번화가는 지난주보다 더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200석 이상 규모의 한 포차는 사람들로 가득 차 만석이었고 대부분의 헌팅포차에는 30여 명이 길게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술집 웨이팅을 기다리고 있는 김모씨(22)는 “지난주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며 “애도기간이 특별히 신경 쓰이진 않고 주변 친구들도 이태원 가길 꺼리니 압구정이나 강남에서 노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풍선효과로 북적이는 강남·홍대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1주일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 주요 유흥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붐볐다.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이 단체 휴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은 강남과 홍대, 건대입구 등으로 몰렸다. 술집과 클럽이 모여 있는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번화가는 오후 9시가 넘어서자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3층 규모의 한 주점은 오후 6시부터 테이블 100여 개가 만석이었고 밖에선 손님 26팀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생 조모씨(24)는 대기 시간만 1시간30분에 달하는 술집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저녁 식사도 30분을 기다렸고 여기서도 30분째 줄을 서고 있는데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다”며 “국가애도기간인 건 알지만 번화가에 나와 술 먹는 것은 자유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애도기간 선포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이 기간에 ‘핼러윈 인 홍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팝 콘서트’ 등이 취소되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들은 각종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단 일반 시민들의 활동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지자체는 애도기간에 자진 휴업을 권고하고 나섰지만 번화가 일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불야성을 이뤘다. 이날 홍대 클럽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버스킹 행사와 공연이 취소됐다는 현수막 앞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도 했다.
장례비·위로금 반대 국민청원 5만
정부가 희생자들에게 장례비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이 “국가 행사 중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정부가 나서 세금으로 지원금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반대하는 국회 동의 국민청원 인원이 5만 명을 넘어 국회 관련 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위원회 심사에서 채택되면 본회의에 부의해 심의·의결이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유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태원 희생자에게 위로금 2000만원, 장례비 15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역 주변 가게들은 하나둘 영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저녁 214㎡ 규모의 한 주점은 가게 사장의 지인을 제외하곤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 사장 박모씨(65)는 “참사 당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지만 토요일부터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쥐여 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애도기간이 끝났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추모 공간에는 추모 행렬이 계속됐다. 이곳을 찾은 고등학생 이모씨는 “학교에서도 사망자가 나와 너무 힘들었다”며 “중·고등학생이 이런 비극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추모 공간은 지자체가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으로 운영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나머지 합동분향소는 6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철거됐다.

장강호/구교범/이지은/원종환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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