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성 계열사 간 나비효과

입력 2022-11-07 17:45   수정 2022-11-08 00:10

미국 물류대란이 한창이던 작년 9월, 한 네티즌이 이런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미국 물류 사태의 나비 효과: 나는 왜 맥도날드 해시브라운을 먹지 못했나?” 주말 아침 ‘치트키’(해결사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로 맥모닝 세트를 즐긴다는 이 네티즌은 세트에 딸린 해시브라운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날도 그 맛을 찾아 맥도날드 매장에 온 그는 “해시브라운 품절로 애플파이를 준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는 며칠 후 신문 기사를 읽다가 미국 맥도날드 직원 임금 인상이 한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시브라운을 못 먹은 원인이 됐다는 기묘한 나비효과 구조를 깨닫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코로나 확진에 따른 퇴직자 증가로 구인난을 겪게 된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은 직원 최저 시급을 기존 13.8달러에서 15.3달러로 올렸다. 그러자 힘든 육체작업을 하던 물류 노동자들이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편하면서도 적절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대거 이직했다. 이에 항만 하역작업이 마비되면서 해시브라운의 재료인 냉동 감자튀김 선적마저 차질을 빚어 태평양 건너 한국 맥도날드 고객의 ‘소확행’마저 앗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베트남 용접공 1150명의 입국 지연으로 수천억원의 지체보상금을 물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에도 나비효과가 작용한다. 사상 최대 일감 확보에도 현장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던 조선사들은 대규모 해외 인력 유입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 조선업계 현장 근로자는 작년 한 해에만 1만 명가량 이탈했다. 그들이 몰려간 곳은 배달업과 함께 국내 건설 일용직의 ‘성지’로 떠오른 삼성전자 평택 공장 건설 현장이다. 조선소보다 최소 40% 이상 일당이 높은 이곳은 조선소 출신 노동자가 넘쳐난다.

‘베트남발(發) 용접공 대란’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삼성중공업으로 보인다. 최근 대량 수주를 바탕으로 20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력난으로 실적 개선이 늦춰질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날갯짓이 계열사 발목을 잡는 나비효과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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