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입소문에 대박 났지만…"사장님들은 미칠 지경" [현장+]

입력 2022-11-11 20:00   수정 2022-11-11 22:42


"손님들이 줄 서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긴 해요. 그런데 밀가루에 식용유에… 자꾸 값이 올라서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거든요. 사실 힘듭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10년 넘게 장사해온 한 꽈배기집 사장의 딸 김윤경 씨(41)는 이같이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7일 찾은 이 집은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손님들이 30분 이상씩 줄 서가며 먹을 만큼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비결은 저렴한 가격. 물가 상승 압박에 주변 가게들이 가격을 올릴 때도 찹쌀꽈배기 가격을 1000원으로 유지했다. 30분째 기다리고 있다는 박모 씨(27)는 "여기 꽈배기는 싸기도 하고 크고 맛있어서 줄 서서 사 먹을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맛집으로 입소문을 탄 이 꽈배기집도 가격 때문에 고민중이다. 김 씨는 "나름대로 좋은 재료를 쓰다 보니 기름, 밀가룻값 등 부자재 가격 오르는 게 걱정된다"면서 "비싼 자리에 월세 내야 하고 인건비도 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게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달보다 9.5% 상승했다. 특히 식용유(42.8%)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등의 상승률이 컸다. 꽈배기 같은 유탕제과·빵류, 부침개·전 등을 파는 가게, 노점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장시장에서 빈대떡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를 운영 중인 홍모 씨(62)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18L들이 식용유 가격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2배 뛰었는데 밀가루까지 값이 오르니 미칠 지경이다. 웬만한 부자재 가격이 전부 올라 부담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는 가격을 올린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기존 가격에서 500~2000원 정도 올린 값으로 고쳐적은 새 메뉴판을 내건 곳도 있었고, 곧 빈대떡 가격을 인상한다고 예고한 안내판을 걸어놓은 가게도 있었다.

육전과 막걸리 등을 파는 사장 박모 씨(45)는 "밀가루 가격이 이렇게 오른 적이 없는데…"라며 혀를 찼다. 그는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보통 인건비도 많이 나가 (가게 운영이) 너무 어렵다"면서도 "저렴한 맛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떠날까봐 가격 올리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음식 재룟값이 치솟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넉넉한 전통시장 인심' 이미지도 중요해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두 달 전부터 광장시장에서 핫도그 장사를 시작했다는 김모 씨(29)는 "소시지, 치즈 등 핵심 재료 가격이 1.5배 이상 뛰었다. 식용윳값 부담도 너무 커져서 일부 메뉴만 500원 정도 올렸다"며 "시세에 맞춰 조금만 올렸는데도 생각보다 비싸서 안 사 먹겠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생활비 정도만 벌면서 '버티기' 중인 경우가 상당수로 파악된다. 광장시장 상인들은 "물가 상승 추세를 보면 지금이 자영업자들이 버텨보는 마지노선"이라면서 "재룟값이 여기서 더 오르면 어쩔 수 없이 음식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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