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관광·맞춤 여정…'여행 판' 바꾸는 트래블테크 벤처

입력 2022-11-09 17:35   수정 2022-12-26 16:2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여행의 시간이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행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여객은 250만8357명으로, 9월(192만3452명)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2월(397만1511명) 후 2년8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움츠러들었던 트래블테크(여행기술)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키워드는 ‘인수합병(M&A)’과 ‘디지털전환(DX)’이다.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른 야놀자 등은 적극적인 M&A 등으로 DX를 주도하며 성장해왔다.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새싹’ 스타트업들도 저마다 DX를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개인 취향에 맞는 여행 상품을 기획하거나,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을 여행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슈퍼 앱’ 꿈꾸는 여행 스타트업

야놀자는 내년 미국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여행업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10조원에 이른다.

야놀자는 슈퍼 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숙박부터 항공권, 액티비티, 공연, 렌터카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M&A를 해왔다. 지난해 항공권 발권 부문 1위 사업자인 인터파크를 인수했고, 애드테크 스타트업 데이블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지난 6월엔 국내 최대 여행 가이드 앱인 트리플을 품에 안았다. 인도의 이지테크노시스와 한국의 가람, 씨리얼, 산하정보기술 등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PMS) 회사도 줄줄이 사들이며 이 분야에서 미국 오라클에 이어 세계 2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마이리얼트립 역시 슈퍼 앱이 주된 전략이다. 10년 전 해외 자유여행객 대상 현지 가이드 투어와 입장권 판매 등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700곳 이상의 도시에 2만 개 넘는 가이드 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몸값도 7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나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넘보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관계자가 안내하는 뮤지컬 백스테이지 투어,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생이 소개하는 도서관 투어 등 스토리를 갖춘 각양각색의 여행 상품 구성이 특징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야놀자와 같이 투어 상품을 넘어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았다. 성장 전략은 역시 M&A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3월 영유아를 위한 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동키의 운영사 아이와트립을 인수했다. 또 워케이션 플랫폼 오피스에 전략적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드라마 촬영 장소나 스타가 방문한 카페 등 국내 관광지 정보를 외국인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립을 사들였다.
‘개인 맞춤형 여행’ 서비스 초점
야놀자, 마이리얼트립 등 슈퍼 앱을 지향하는 플랫폼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터치 한 번으로 번거로운 과정이 해결되는 시대엔 개인 이용자들이 자기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을 원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람이 몰리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기도 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다.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의 여행자가 어떤 나라를 방문했는지부터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숙소에 묵었는지, 누구와 갔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까지 모든 데이터는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하는 데 활용된다.

맞춤형 여행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앱은 트리플이다. 한국판 트립어드바이저로 불리는 트리플의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700만 명에 이른다. 여행지에서 효율적인 동선을 짜주거나, 여행 동반자의 취향까지 고려해 동선에 적합한 맛집을 추천해준다. 비결은 데이터다. 이용자들이 쌓은 450만여 개의 여행 일정과 100만여 개의 리뷰 덕분이다.

스타트업 스토리시티가 내놓은 여행 큐레이션 플랫폼인 여다도 개인화를 무기로 내세웠다. 지역과 일정뿐만 아니라 반려견 동행 여부 등까지 파악해 취향에 맞는 숙소와 액티비티, 식당 등을 추천해준다. 50만 건 이상의 장소 데이터를 확보했다. 한국관광공사와 미쉐린가이드 등에서 엄선해 수집한 데이터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I 기반 여행 플래너 앱인 마이로, 빅데이터 기반 식당 추천 서비스 레드테이블 등도 개인의 취향을 읽는 관광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여행에도 대세가 된 메타버스
DX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메타버스는 여행업계에도 새바람을 몰고 왔다. 한국관광공사는 미국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해 강릉을 배경으로 한 ‘오징어 게임’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가상 공간에서 강릉의 주요 관광지와 ‘오징어 게임’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관광공사가 2020년 네이버 제페토와 손잡고 내놓은 ‘한강공원’ 맵에는 지금까지 30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방문객이 다녀갔다.

콘텐츠 스타트업 더블미는 현실 공간에 메타버스를 입힌 플랫폼 트윈월드를 내놨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 같은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착용하고 메타버스로 꾸며진 현실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회사는 싱가포르 정부와 함께 센토사섬에 메타버스 관광지를 구축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9년엔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에서 홀로그램으로 수녀를 구현한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상반기 유니콘기업이 된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 회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한류 확산 사업에 기술을 지원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려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클라우드 기반 확장현실(XR)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하이퍼클라우드는 수원화성 관광을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여행 새싹 기업 키우는 관광공사
정부에서도 여행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기업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2017년 문을 연 관광기업지원센터는 관광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해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독립 사무실에 33개 회사, 공유 오피스에 18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모바일 상품권 플랫폼 폰기프트, 캠핑장 예약 플랫폼 캠핑톡, 레저용품 대여 플랫폼 도시속밀림 등이 대표 입주 스타트업이다.

입주 스타트업엔 맞춤형 교육과 사업모델 점검, 투자 유치 지원 등을 해준다. 입주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로 상품을 만들기도 하고,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판매와 상품 홍보를 돕는다. 또 선배 창업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거나 각 지역 관광기업지원센터와의 네트워킹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매년 입주 연차별로 상위 30%의 우수 입주기업을 선발해 임차료를 지원하고 마케팅도 돕고 있다.

센터를 거쳐 간 ‘졸업’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75개에 이른다. 트래볼루션은 외국인 대상 여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회사로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빅데이터 기반 레스토랑 마케팅 플랫폼인 레드테이블은 올해 2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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