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의 패션 브랜드 ‘MLB’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액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수의 해외 스포츠 브랜드마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거둔 성과여서 이목을 끈다.
예상대로 되면 국내 패션업계에서 중국 시장 1조원 브랜드를 배출한 최초의 기업이 된다. 중국 이외에 홍콩·마카오·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올해 판매 전망치는 1070억원이다.
F&F는 중국의 봉쇄 정책에도 불구하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소비 수준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 출점을 늘렸다. 현재 중국 내 MLB 매장 수는 총 779개로 지난 1월(500개)에 비해 279개(55.8%) 증가했다.
F&F 측은 올해 말까지 매장 수를 900여 개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는 “F&F는 지난 10년간 중국 패션 시장에서 어느 업체도 시현하지 못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MLB의 향후 5년간 중국 내 연평균 성장률(CAGR)은 30%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LB 제품은 현재 중국에서 나이키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MLB 신발은 800~999위안(약 15만~19만원), 경쟁 브랜드인 ‘나이키 에어포스’는 749위안(14만원대)에 팔린다.
이런 와중에 F&F가 눈부신 성과를 내는 건 미·중 갈등의 여파로 미국·유럽 브랜드가 중국에서 타격을 입은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애국소비 ‘궈차오’ 열풍으로 중국 자체 브랜드와 K패션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김창수 F&F 회장(사진)의 전략적 판단이 적중했다는 시각도 있다. F&F는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에서 브랜드 판권을 가져왔으나 미국 및 야구와 관련한 색채를 확 뺐다.
대신 중국 소비자들이 MLB를 K브랜드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재고를 줄이고 회전율을 높이는 ‘노세일 전략’으로 마진을 개선하고 있다.
이에 따라 F&F는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2018년 홍콩, 마카오, 대만 및 태국에 진출한 데 이어 현재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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