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대로 가다간 '노인대국' 된다"…시드는 일본 경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11-13 08:26   수정 2022-11-15 09:13


고령인구가 줄어드는 2040년 무렵부터 일본에서는 인구절벽이 시작된다. 인구절벽을 피하려면 신생아수가 늘어야 한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의 숫자는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입이 낮은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면서 신생아수가 급감한 탓이다. 오늘날 일본 남성 4명, 여성 6명 가운데 1명은 평생 독신으로 산다.


일본에 역전패 당한 한국 인구문제 (3) "결혼하고 싶은데 못해요"…日 남성 4명 중 1명은 평생 독신 에서 살펴본 일본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기본구조다. 일본 인구문제의 기본구조를 뜯어보고 내놓는 전문가들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젊은 세대가 아무 걱정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저출산대책은 아이를 기르는 환경, 즉 육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본 가계의 70%가 맞벌이인데 아이를 맡길 형편이 안돼 출산을 주저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보육원과 육아수당을 늘리고, 아빠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열심히 펼친 이유다.

그 결과 일본에서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은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저출산대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의 원인이 바뀌면서 대책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게 됐다. 오늘날 저출산의 원인은 육아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라기보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욕 자체가 떨어진 것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인구대책을 '저출산 대책'으로 한데 묶을 게 아니라 결혼 및 임신 지원과 출산 및 육아지원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출산 대책의 중심을 기존의 육아대책에서 결혼대책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결혼할 수 있고, 원하는 수 만큼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 만들기'가 결혼·임신 대책의 핵심이다.


일본이 올해 ‘어린이가족청’을 설립해 11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저출산 및 육아 지원 관련 정책을 통합한 이유다. 저출산 담당 특명 장관도 별도로 신설했다.

일본은 진작부터 저출산 대책과 고령화 대처를 분리하고 있다. 이제는 저출산 대책을 다시 육아대책과 결혼대책으로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모두 담당한다.

저출산·고령화는 주로 지방의 문제이고 인구의 절반이 몰린 서울과 수도권은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도쿄가 인구감소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인 건 사실이다. 도쿄도 총무국은 2025년 도쿄도의 전체 인구가 1422만5363명, 23구(도심) 지역 인구는 999만2282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인구가 줄더라도 상당 기간 1200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젊은 도시 도쿄가 '노인의 도시'로 변한다. 지금까지 도쿄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지방의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도쿄로 몰렸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장기화하면서 지방에서 도쿄로 공급할 젊은이들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도쿄의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도쿄의 출산율은 1.12명으로 일본에서 가장 낮았다. 출산율이 0.81명인 한국에서도 서울의 출산율은 0.63명으로 가장 낮다. 대도시일수록 삶이 팍팍하니까 아이를 많이 갖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050년 도쿄 인구의 31%인 401만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도민 3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도쿄는 일본에서 가장 젊은 도시였던 만큼 고령자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는 소극적이었다. 고령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도쿄도는 넘쳐나는 노인들에 비해 병원과 간병시설은 부족한 '노인지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도쿄가 늙어가는 건 도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쿄도의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2025년 938만명을 정점으로 2060년 706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연령 인구가 700만명까지 떨어지면 노동력과 재화, 정보가 도쿄라는 거대 도시에 모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집적의 경제'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일본의 견인차인 도쿄 경제가 시들면 일본 경제 전체도 쇠퇴를 피할 수 없다는게 일본의 고민이다. 출산율이 1명도 안되는 현재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서울과 수도권이 겪게 될 미래이기도 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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