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니 투명하다?…무조건 검증하라 [한경 코알라]

입력 2022-11-14 08:45   수정 2022-11-14 08:51



11월 14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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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빠른 침몰
지난 1년 내내 악재만 계속된 탓에 그보다 더 큰 악재가 터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가뜩이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을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지난 한 주는 더욱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한때 거래량 기준 세계 7위 규모였으며, CEO가 ‘차세대 워런 버핏’으로 불릴 만큼 잘나가던 대형 거래소 한 곳이 하루아침에 파산해버렸기 때문이다. FTX 거래소와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침몰은 그만큼 갑작스러웠다.

그동안 이 업계에서 사업을 하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많이 경험해봤지만 이번 FTX 사태는 또 한번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사실 FTX의 형제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회계장부에 문제가 있다는 코인데스크 기사가 처음 공개된 11월2일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순식간에 크게 번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그로부터 며칠후 모 언론사와 고정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방송을 녹화하면서 이 내용을 다뤘다. 최악의 경우 알라메다 리서치가 파산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FTX 거래소까지 한번에 망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FTX 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알라메다 리서치를 통해 트레이딩에 투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과반 이상에 해당하는 상당한 비중을 말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FTX의 자산상태표에는 최근 거래소 지갑에 현물 비트코인이 단 1.11개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시세로 약 2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면 고객에게 돌려줘야할 비트코인은 무려 14억 달러 어치나 있었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고객 자금을 외부로 빼내 유통했던 것이다.

이는 언뜻 보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 제도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은행이 1000억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중 최소 70억 원(7%)은 은행이 실제로 보관하고, 나머지 930억 원은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은행은 실제로 70억의 현금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고객들에게는 930억 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예금자들이 실제로 돈을 한꺼번에 찾아가는 일이 드물기 때문인데, 만일 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70억 원 이상의 예금을 인출하게 된다면 이 은행은 파산하게 된다. 이런 일을 뱅크런이라고 한다. 물론 은행은 그런 사태를 막기위해 정기적으로 감사도 받고 대출 연체율도 0%에 가깝게 유지한다. 유사시 긴급자금을 수혈해줄 중앙은행도 있다. 그러나 FTX에는 이런 보호장치들이 없었다. 자체 발행한 거래소 토큰인 FTT를 이용해서 손실을 감춰보려 했으나 오히려 이것이 회계부정으로 드러나 뱅크런을 가속화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역사는 계속된다
비트멕스(Bitmex) 거래소의 창시자 아서 헤이스(Arthur Hayes)는 이 사태를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사건과 비교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FTX는 암호화폐 산업의 리먼브라더스다. 아직 시장은 바닥을 찍지 않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S&P 지수가 2009년 3월에야 바닥을 찍었던 점을 감안하면, 17,500달러 부근의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아서 헤이스의 말처럼 FTX의 파산은 당분간 연쇄 작용을 일으켜 전체 시장의 하락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FTX와 알라메다가 지난 4년간 투자를 유치한 기관이나 개인이 최소 69곳, 유치한 금액은 18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자 리스트에는 유명 벤처캐피탈과 연기금이 즐비하게 들어가있다. 이들은 모두 커다란 규모의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FTX에 2억14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한 세콰이어캐피탈은 이미 투자금 전액을 “0 달러”로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본 것이다. FTX의 CEO인 샘 뱅크먼 프리드는 변제할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EC의 조사까지 앞두고 있는 마당에 그와 엮이고 싶어하는 기관이나 개인은 많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FTX 사태에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내 주변에는 이미 앞으로 암호화폐는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은 이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암호화폐 시장에 실망하여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아서 헤이스의 예측처럼 지금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도 있다.

엄연히 말하면 샘 뱅크먼 프리드와 FTX의 실패는 비트코인의 펀더멘털과는 큰 상관성이 없다. 사실 이런 이벤트는 지난 14년의 비트코인 역사에서 이미 여러차례 있어왔다. 마운트곡스, 쿼드리가cx, 셀시우스, 블록파이, 쓰리애로우, 보야저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참고로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는 전세계 비트코인의 7%를 공중에 날려버렸고, 블록파이의 인출 중단 사태에 피해를 입은 회원수는 50만명에 달했다. 그때마다 다들 이제 비트코인은 망했다고 했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비트코인 가격은 보란듯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상승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돈을 인터넷으로 이동시키고, 금융 산업을 소프트웨어로 디지털화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자산에 대한 완벽한 소유권을 가능케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큰 대형 거래소가 망해도 계속해서 우리 삶으로 들어올 메가 트렌드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다시 돌아올 상승장의 시작을 조금더 지연시켰을 뿐, 비트코인이 뒤바꿀 디지털 세상의 트렌드를 멈추게 한 것은 아니다. 설령 FTX의 파산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연쇄 도미노로 이어져 비트코인 가격이 더 하락한들 어떤가. “나무를 심을 최적의 적기는 20년 전이고, 다음 적기는 바로 지금” 이라는 유명한 중국 속담을 기억하면 된다.

암호화폐 투자, 더 이상 쉽지 않다
반면 이번 FTX 사태로 인해 사실상 증권성을 띄면서 전혀 규제를 받지 않고있는 수많은 알트코인들과 그들을 다루는 서비스들이 지닌 문제점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FTX는 자신들이 저지른 위험한 도박과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고객들이 FTT가 그렇게 많이 담보대출에 쓰였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상황은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았을 수 있다.

암호화폐 기업의 정보공개가 투자자 보호의 순기능을 발휘한 예를 몇가지 살펴보자. 지난달 ‘파산설’에 휩쌓였던 코어사이언티픽이라는 비트코인 채굴기업은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연말이면 현금이 고갈돼 파산할수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의 주가는 곧장 23센트까지 폭락했지만(77% 하락) 투자자들은 파산 가능성이 있는 투자처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기업공시 덕에 빠르게 잠잠해진 사건도 있다. FTX 사태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1만6000 달러까지 밀리자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담보대출이 마진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약 13만 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이제 곧 청산되어 시장에 던져질 것이고 연쇄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당 루머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공시 자료에 정리된 비트코인 담보대출 관련 정보 덕분에 더이상 확산되지 않고 빠르게 해소될 수 있었다. 만약 해당 정보가 없었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근거없는 루머가 어디까지 퍼져나갔을지 모르는 노릇이다.

2022년 5월,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SEC에 제출한 서한에서 “만약 코인베이스가 파산하면 고객 예치금 역시 회사로 귀속되어 주주 및 채권단 배상을 위해 청산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공개된 것도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그동안 간과했던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바로 <i>“Not your keys, not your coins (내가 개인키를 소유하지 않으면 내 코인이 아니다)”</i>이다.

아직 어떤 형태의 암호화폐가 증권의 범주에 속하는지는 명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다루는 거래소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장치이다. 과거 샘 뱅크먼 프리드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내세우며 FTX가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설명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차마 밝히지 못하던 속사정을 블록체인이라는 껍데기로 가린 것에 불과했다. “블록체인이니 투명하다”라는 말은 거짓이다. 결국 그 위에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실 거래소 같은 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블록체인들도 기업형 인트라넷처럼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서비스에 가깝다.

앞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스스로 검증하는 습관을 더욱 강하게 들여야한다. 단순히 대형 거래소라고, 또는 유명인이 CEO라고 해서 쉽게 믿고 돈을 맡겨선 안된다. 이는 지분증명(PoS) 스테이킹이나 디파이 투자를 고려할 때도 모두 해당된다. 그 어디에도 무위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는 없다. 암호화폐가 투자하기 쉬운 자산이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좋은 주식의 가치를 계산하기 어렵 듯, 그리고 좋은 부동산 물건을 고르는게 어렵 듯, 암호화폐 투자도 이제 거래소와 종목을 제대로 분석하고 투자하지 않으면 제 2의 FTX에 속아 피해를 입게될 것이다. 비트코인 진영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격언을 알려줄테니 꼭 기억하고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i>“Don’t just trust, verify (무조건 믿지말고, 검증하라)”</i>.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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