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이 IR, 직접 투자하듯 심사…치열했던 스타 벤처들의 전쟁

입력 2022-11-17 18:08   수정 2022-12-05 13:4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실물보다 더 잘생긴 가상인간이 국내 스타트업 데모데이 사상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가상인간 제작 및 음성더빙 솔루션 기업 클레온의 진승혁 대표는 17일 제주 피커스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사의 스타트업 데모데이 ‘긱스 쇼업’에서 자신을 쏙 빼닮은 가상인간을 내세웠다. 진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입 모양으로 제한 시간 안에 딱 떨어지게 자사 전략을 설명했다.

이날 펼쳐진 스타트업 기업설명(IR) 경진대회에는 가상인간부터 관광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 친환경 모빌리티·에너지 스타트업 등 10곳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심사 결과 우수 스타트업 3곳은 △배터리 재제조·재사용 스타트업 포엔 △바퀴형 자율주행 배달 로봇 창업팀 모빈 △태양광 솔루션 기업 나눔에너지가 차지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제주스타트업협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 주최한 긱스 쇼업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과 혁신을 위한 IR·네트워킹 행사다. 현대자동차, GS건설, CJ, 풀무원 등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총출동했다. 16~18일 열린 ‘제주 스타트업믹스 2022’와 함께 열렸다.
○친환경·모빌리티 스타트업 ‘우승’
심사단은 사업화에 강점이 있는 스타트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근 투자 혹한기로 투자 트렌드가 기술 중심에서 사업화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심사 방식은 1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가정하고, 심사위원별 투자금을 배분한 뒤 가장 많은 금액을 유치한 순으로 우수 기업을 선정했다. 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심사위원장), 김준식 CJ인베스트먼트 투자총괄(CIO), 이규호 현대차 제로원 책임매니저, 방기현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부사장, 김우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 등 벤처투자 생태계를 이끄는 전문가들로 심사단이 꾸려졌다.

최종 심사 결과 가장 많은 100억원을 유치한 포엔은 배터리 순환 체계의 가장 앞단에 있는 회사다. 지난달 제주에서 사용 후 배터리를 재제조해 신제품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리퍼비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성진 포엔 대표는 “사용 후 배터리 재제조하거나 모듈을 아예 사용하지 못할 경우 재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2위로 6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모빈은 바퀴형 자율주행 배달 로봇 스타트업이다. 평지 운행 배달로봇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최진 모빈 대표는 “4족 보행 로봇은 계단마다 보행 계산을 해줘야 하는데 바퀴형은 그럴 필요가 없어 컴퓨팅 파워가 적게 소모되고 빠르게 배송이 가능하다”며 “20만원 정도면 바퀴 한 세트를 이틀 안에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 체인이 구축돼 있다”고 답했다.

공동 2위에 오른 나눔에너지는 제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태양광 강소기업이다. 나눔에너지의 강점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있다. 인공지능(AI) 제어를 통해 태양광 모듈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옵티마이저’를 개발했다. 미국에서 태양광 관련 엔지니어로 일한 양지혁 대표는 2016년 고향인 제주에 나눔에너지를 세웠다.
○돈 버는 메타버스 기업
블링커스는 ‘돈 버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사업 모델을 강조했다. 블링커스는 투자 가치가 높은 와인에 투자할 수 있는 NFT를 거래하는 ‘뱅크오브와인’을 운영하면서 가상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달 말 경기 남양주시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연다. 세계 톱10 규모로 선보일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건대점도 공사에 들어갔다. 박상욱 블링커스 대표는 “NFT의 한계는 만지거나 느낄 수 없다는 점”이라며 “블링커스는 와인 금고에 보관된 와인을 기반으로 한 NFT 가치를 높이고 ‘피지털’(현실+디지털)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클레온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기업 간 거래(B2B) 매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인간 제작 서비스는 국내외 대기업 대상으로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진 대표는 “현재는 얼굴 사진 한 장과 30초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가상인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내년엔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에서 구현해 원가를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내 위치추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이핀랩스의 유재현 대표는 “하루 만에 실내 위치추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며 “관리자용 모니터링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육성 스타트업 관심
긱스 쇼업 본선 무대에 오른 제주 육성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종훈 심사위원장은 빈집 재생 숙박업체인 다자요 남성준 대표의 발표에 “빈집을 직접 하나씩 발굴해 만드는 과정이 짧진 않을 텐데 확장성과 성장성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남 대표는 “빈집뿐만 아니라 현물 투자로 들어온 토지에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등 B2B 사업 모델로 확장 중”이라고 답변했다.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네이버스’를 운영하는 네이앤컴퍼니는 도심 이동 수단 플랫폼에서 관광형 모빌리티 서비스(MaaS)로 진화 중이다. 심성보 네이앤컴퍼니 대표는 “쏘카와 같은 공유 전기차 렌터카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 등에서 관광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유휴 공간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블루웨일컴퍼니도 제주를 기반으로 기존의 물품 보관 서비스를 물류 거점 서비스로 확대 전환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잔존가치 간이 진단기를 개발한 퀀텀솔루션은 제주도 내 공공 전기차 대상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렌터카 대상 관리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준식 CIO는 “4년 전 제주에 근무했을 때와는 스타트업 창업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제주 스타트업들이 글로벌로 나아가는 것을 보니 성장성이 제한돼 있을 것이란 선입견이 사라진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공동기획

제주=허란/고은이/이시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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