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50조원+알파’ 규모의 긴급시장안정대책에 이어 이번주엔 대형 증권사와 산업은행 등이 참여하는 1조8000억원 규모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 이른바 ‘제2의 채안펀드’도 가동한다.정부 대책의 효과는 차별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AAA급 공사채 시장은 온기를 회복하고 있지만 일반 기업들의 기업어음(CP) 발행 금리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중소형사 PF ABCP가 시장에서 특히 외면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대형 증권사의 PF 익스포저 가운데 선순위 비중이 70%였다. 반면 중소형사는 중·후순위 비중이 63~72%였다. 중소형사들이 부동산 호황 지속을 믿고 적은 자본으로 고수익을 얻기 위해 상환 순위는 떨어지지만 높은 금리를 받는 중·후순위 영업을 하며 고위험을 감수한 결과다. 한 증권사 IB(기업금융) 임원은 “2010년대 초반처럼 집값 하락으로 분양 포기자들이 늘면 향후 중·후순위 대출에선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위험한 거래에 더 큰 위험값을 부여했다면 중소형사들은 NCR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고위험 부동산금융 거래를 지금보다 훨씬 줄였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NCR 가중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선 저축은행업계의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같은 단일 건전성 분류 기준을 증권업계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일 기준이 없다 보니 증권사들은 PF 우발채무를 요주의로 분류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사의 고위험 영업에 대한 조기경보 기능을 못 하게 했고 현재는 증권사 보증 ABCP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금융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시장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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