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9조 투입되는데…건보 지출, 국회 심의·재정당국 통제 안 받아

입력 2022-11-20 18:02   수정 2022-11-21 00:54

국민건강보험이 내년부터 만성 ‘적자 늪’에 빠지고 20조원에 달하는 적립금이 6년 뒤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강보험을 기금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관리하는 건강보험을 다른 예산처럼 국회와 재정당국 통제 아래 둬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건강보험이 기금화되면 보장률이 떨어지고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기금화보다 국고 지원 확대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통제받지 않는 건강보험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부터 건강보험을 기금으로 전환해 국가재정법을 적용하고 국회 심사를 받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여당 지도부와 기획재정부가 상의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건강보험이 건강보험공단 회계로만 관리되고 복지부가 건강보험 정책 수립과 예·결산 심의까지 다 맡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제외한 6개 사회보험(국민·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고용·산재보험)은 모두 기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게다가 2021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엔 9조5720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공무원연금(3조2400억원)과 군인연금(1조6140억원)보다 국고 지원액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건강보험은 기금이 아니어서 국회나 재정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건보료는 사실상 세금과 마찬가지인데 세금(건보료)을 어떻게 걷고 쓰는지에 대해선 의료계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비정상적 구조”라며 “건보 재정도 국회의 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기금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기금이 아니다 보니 국가재정수지에 포함되지 않고, 그 결과 한국의 복지 지출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해 정부 예산 558조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199조원으로 총지출의 35.8%였다. 여기엔 건강보험 지출 79조원 중 약 10조원(건강보험 정부 지원금 9조5500억원 등)가량만 반영됐다. 나머지 69조원가량을 더하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268조원, 총지출의 42.85%로 늘어난다.
야당은 기금화 부정적
건강보험 기금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지난 정부 때인 2019년에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특위가 기금화 추진을 권고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20년 같은 의견을 냈다. 감사원이 지난해 12월~올해 1월 한국재정학회와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86%가 ‘기금화를 포함한 건보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금화에 대한 반대도 만만찮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기금화되면 국회의 정치적 의사결정과 지역·직역·이익단체의 영향으로 당사자 간 자율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올해 말 종료(일몰)되는 국고 지원을 무기한 늘리고,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도 높여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4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건강보험 기금화 방안에 대해 “가뜩이나 낮은 보장률이 더 약화되고 보험료는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복지부가 건강보험 개혁에 미온적이란 비판도 있다. 복지부는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참여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하면서 10월에 건보 지출 절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도병욱/곽용희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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