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절박했던 盧 "자녀들은 월급 30% 보험료로 내야" [대통령 연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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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1-26 09:51   수정 2022-11-28 09:10

연금개혁 절박했던 盧 "자녀들은 월급 30% 보험료로 내야" [대통령 연설 읽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이 뒤늦게 첫발을 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지난 16일 민간 자문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 내년 1월 말까지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돈 낼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기금 고갈 시기는 점차 당겨지고 있어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치권도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연금개혁이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만큼 험난한 설득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어느 정부에서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이유다.

월급 70% 보장”…‘꿈의 연금으로 시작했지만
국민연금은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논의됐다. 박 대통령은 1973년 1월 12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여러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사회보장연금제도를 만드는 등 복지정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뒤 국민복지연금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같은 해 1차 석유 파동의 여파로 ‘시기상조론’이 고개를 들면서 없던 일이 됐다.

국민연금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13년 후인 1986년이었다. 한 차례 무산된 이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제 관료들이 “영국·독일 등이 부국인 이유는 연금제도 덕분에 은퇴자들이 노후에 빈곤을 걱정하지 않고 안정된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한 것. 국민연금을 줄곧 반대해왔던 전 대통령은 4개월 후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노령인구가 크게 늘고 있어 노후 생계 대책도 그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어 국민연금제도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며 도입을 공식화했다.

초기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꿈의 연금’이었다. 정부는 월급에서 3%(이후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라 1988년부터 9%로 고정)만 내면 만 60세부터 자신이 받던 월급의 70%를 지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떼이는 액수가 크지 않다 보니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연금 대상자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유리 지갑’인 직장 가입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소득 파악이 어려운 농어민과 영세 자영업자에 부담스러운 보험료가 부과되면서 혼선을 빚은 탓이다. 불공평한 징수체계를 문제 삼아 연금제도를 중단하자는 여론도 등장했다. 김 대통령은 1999년 2월 21일 “국민연금은 선정(善政) 중의 선정이다. 이렇게 좋은 연금제도를 실천하는데 칭찬은커녕 큰 질책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권장 보험료를 통고했던 것을 현실에 맞게 시정하고, 보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했던 것을 취소시키는 등 관계부처에 엄중히 명령하고 질책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30년뒤 바닥 DJ, 소득대체율·수급 연령 첫 손질
국민연금이 ‘개혁’이란 수술대에 오르게 된 건 시행 10년 만인 1998년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소득대체율(노후에 받는 돈)을 70%에서 60%로 축소하고 수급 연령도 만 60세에서 5년 미룬 만 65세로 연장했다. 당시 기준으로 2033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출범 첫해부터 연금개혁 의지를 내비쳤던 노무현 정부는 9%인 보험료율을 15.9%(2030년까지)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1월 21일 대국회 서신에서 “지금 세대는 소득의 9%만 보험료로 내면 되지만 2050년 우리 자녀 세대는 30%를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05년 10월 12일 정기국회 연설에서도 “연금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정당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범국민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내리고 2009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금개혁과 더불어 기금운용 개혁을 꺼내 들었다.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킨 뒤 기금 수익률을 두 배로 올려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9일 ‘KBS특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보험료 미납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다시 보험료를 올릴 경우 미납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연기금을 잘 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현 4~5%에서 10% 이상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구상은 수익률 위주의 연금 운용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취임 직후 3개 공적연금(공무원·사학·군인) 개혁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내고(소득월액 7%→9%), 적게 받도록(연금 지급률 1.9%→1.7%) 바꿨다. 연금을 받는 나이도 65세로 늦췄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0월 28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나라와 후손들에게 큰 빚을 떠넘겨선 안 된다”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에선 어느 정부도 이런 개혁이 두렵고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역대 정부마다 근본적인 처방을 미루면서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약 1년간의 논의를 거쳐 보험료율 인상안을 담은 복수의 개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반발 여론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1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특위가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책임 있는 정부안 하나를 가져오라”고 요구했고 2020년 복지부가 정부의 단일안 제출을 포기한다고 밝히면서 완전히 좌초됐다.

서희연 기자 cu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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