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락 상무보 "포스코가 멈추면 국가 경제도 멈춘다는 생각에 복구 올인"

입력 2022-11-24 18:34   수정 2022-11-25 00:21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우리 회사가 아직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복구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시점이었습니다.”

태풍 힌남노가 상륙한 지난 9월 6일 창사 후 처음으로 고로를 멈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복구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손병락 EIC기술부 상무보(64·사진)는 지난 23일 포항제철소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1977년 포항공고를 졸업하고 포스코에 입사한 그는 2015년 포스코가 선정한 1호 명장이기도 하다. 포스코에서 45년째 설비 구동의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포항제철소엔 4만4000여 개의 모터가 있고, 일부 모터는 침수 피해를 직격으로 받았다.

손 상무보는 힌남노가 휩쓸고 간 날을 “마치 중국의 황허 같았다”고 기억했다. 공장 인근 냉천의 물만 넘친 게 아니라 진흙까지 섞이면서 흙탕물이 온 공장을 뒤덮었다. 공장 바로 옆 이마트는 78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휴업 상태다.

그는 매일 새벽에 출근해 종일 물을 퍼내고 기계를 점검했다. 모자라는 장비를 재주문하고, 교체한 부품을 반복 시험하느라 밤 10시에야 퇴근했다. 손 상무보는 “여기 열연공장이 멈추면 대한민국 경제도 멈춘다는 생각에 반드시 최단기간에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이어 “전기도 인프라도 장비도 없었지만, 포스코인들의 열정과 54년간 축적된 포스코의 기술을 믿었다”며 “직원뿐 아니라 공무원과 군인, 협력사 심지어 경쟁사인 현대제철 등도 국가 경제를 위해 모두 참여해 예상보다 빨리 공장이 원래 모습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4만4000여 개 모터 중 73%를 복구했다. 새로 주문하면 공급에 1년 이상 걸리는 것들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 9월 6일 당시 수변변전소 침수로 전력이 끊기면서 고로가 멈췄다. 이로 인해 열연·후판·선재·냉연·전기강판·스테인리스스틸 등 전 압연 라인이 일제히 물에 잠겼다. 이런 2·3전강공장을 비롯해 1열연·1냉연·1선재·2후판·3후판 공장 등이 피해 이전 모습을 되찾았다. 이달엔 3선재·강편·4선재 공장이 복구를 완료하고, 연말까지 2냉연·2열연·2선재·스테인리스스틸2냉연·1전강 공장 복구도 확실시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년 1·2월 도금과 스테인리스스틸1냉연 공장까지 복구를 완료하면 모든 공장이 원상회복한다”며 “국내 철강 수요를 분석해 마련한 복구 계획에 따라 시간보다 안전을 최우선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상무보는 “포스코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졸 사원의 복구 계획에 경영진이 따라줬다는 게 그 증거”라며 “아직 복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포항에선 경쟁사까지 한마음이 돼 노력하고 있으니 관련 산업 종사자와 국민은 안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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