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퇴근 후 암벽 탄다…어메이징, 클라이밍!

입력 2022-11-24 18:03   수정 2022-11-25 02:11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

세계적인 등반가 조지 맬러리가 “왜 산을 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바위를 타고 거친 산길을 오르는 일은 먼 옛날부터 인간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활동이었다. 동시에 자연을 상대로 도전하며 높은 곳을 정복하는 인간의 성취감을 채워주는 스포츠이기도 했다. 중국 황제들이 기암절벽이 즐비한 태산을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암절벽을 찾아갈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겐 클라이밍이 있다. 클라이밍은 자연 속 깎아지른 절벽을 오를 때 느끼는 성취감을 빌딩 가득한 도심 속에서 얻게 해준다. 나와 마주한 상대는 인공 암벽. 주어진 것은 믿음직한 두 발과 두 팔이 전부다. 추락의 위험을 딛고 조심스레 한 발씩 위로 홀드를 밟아 나간다. 떨어질 때도 있지만 괜찮다. 자연에서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지만 이곳에선 몇 번이고 실패가 허용된다. 실패를 거듭하고 등반 루트를 마침내 정복할 때의 즐거움은 자연 속 절벽을 딛고 정상에 올랐을 때와 견줄 만하다.

클라이밍은 상상력의 운동이다. 머릿속으로 절벽을 상상하며 나만의 등반 루트를 계산해 움직여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발을 내디딜지, 어떤 홀드를 잡을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발이 닿지 않을 때는 몇 ㎝도 되지 않는 홀드를 향해 몸을 내던지며 점프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실내 스포츠라는 특징은 바쁜 현대인에겐 더할 나위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주말에 시간을 내지 않아도 퇴근 후 가까운 실내 암장을 찾는다면 언제든지 나만의 도전을 즐길 수 있다.

클라이밍은 남녀노소 누구나 맨손으로 즐길 수 있다.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실력자가 되는 길은 어렵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온몸의 근육을 깨우다 보면 팔다리가 후들거린다. 클라이밍은 추위 때문에 몸을 웅크리게 되는 겨울철에 더욱 알맞은 스포츠다. 벽과 나의 싸움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땀으로 푹 젖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는 계절이다. 으레 떠오르는 스키·스케이트도 좋지만 이번 겨울엔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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