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간호조무사 갈등, 핵심은 '일자리'

입력 2022-11-28 18:28   수정 2022-11-29 01:11

간호법을 둘러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를 넘어 거리에서의 ‘세(勢)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가운데 양측 갈등의 핵심에는 일자리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이 법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갈등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규정을 분리하고 역할과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소속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27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를 열어 국회에 간호법 제정 철회를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6만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곽지연 간무협 회장은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뺏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집회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의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평가다. 의료법 제정을 촉구한 간호협의 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운집해 국회의 조속한 간호법 제정을 요구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이 점화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간무협을 의료법상 법정단체로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다 무산된 바 있다.

간호법이 간호사는 물론 간호조무사의 인권 침해 방지와 처우 개선을 다루고 있는데도 둘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는 데는 일자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이외의 의료기관 등에서 간호사의 지도하에 간호와 진료 보조행위를 할 수 있다. 의사에서 간호사, 간호조무사로 이어지는 삼중구조가 원칙인 셈이다. 의료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장애인복지시설,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등에서는 의사 지도하에 간호사 없이도 간호조무사가 간호 및 진료 보조 활동을 할 수 있다.

현행 법 적용을 지역사회까지 넓히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지도 없이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게 간무협의 해석이다.

전동환 간무협 기획실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를 고용할 경우 이들을 지도하는 간호사까지 채용해야 하는데, 인건비에 쪼들리는 요양기관 등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모두를 고용하는 대신 간호사만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간무협은 지역사회를 시작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간호조무사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간호협은 이 같은 주장이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간호협 관계자는 “법안에 ‘지역사회’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방 고령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간호협 관계자는 “간호법상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터라 새롭게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침해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간호법 통과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갈등은 더 증폭될 전망이다. 간호법이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6개월 넘게 계류 중인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도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간호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법안 처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광식/원종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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