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멘트에 첫 '업무개시명령' 유력…차주 불응땐 면허 취소·징역형

입력 2022-11-28 18:20   수정 2022-11-29 01:20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29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함에 따라 사상 첫 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장 총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공사 중단 위기를 맞은 건설 현장의 심각성을 고려해 시멘트 업종부터 발동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화물연대와의 첫 교섭이 결렬된 직후 “경제 위기 상황이니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면 몇 시간 안으로 개별 명령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위기경보 단계 ‘심각’으로 격상
정부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의 총파업 관련 위기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이대로라면 하루 약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화물차 기사는 즉각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1차 불응 땐 30일 이하 운행 정지가 내려지고, 2차 불응 땐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다.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2004년 업무개시명령 개념이 도입된 뒤 발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당시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사례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 조치했다. 국토부는 2020년 의사들에게 내린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사례를 참고해 실무 검토를 하고 있다.

우선 건설 현장 ‘셧다운’ 등 경제적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멘트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1차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시멘트를 옮기는 국내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은 전체 약 3000대 중 1000여 대가 화물연대에 가입해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전국 시멘트 출하량은 9000t으로 평시 대비 91% 줄었다. 재고가 부족해 레미콘 생산 자체가 중단되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을 비롯해 전국 건설 현장이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총파업에 동참한 화물차주가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점을 감안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업무개시명령 송달 실효성이 관건
문제는 실효성이다. 전례가 없던 만큼 업무개시명령이 실제 총파업 중단으로 이어지려면 절차적으로 따져봐야 할 게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물차운수사업법엔 업무개시명령의 절차와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럴 경우 행정절차법을 따라야 하는데 업무개시명령의 적법한 송달을 위해 주소지로 명령서를 보내야 한다. 당사자가 송달받아야 명령서의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데다 고정된 출퇴근 장소가 없는 개별 화물차주들에게 일일이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는 걸 알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당일 우편이나 통신, 제3자 송달도 가능한 데다 고용자·동거 가족이 전달하면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것도 안 되면 공시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첫 교섭이 결렬된 직후 화물연대는 원 장관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업무개시명령을 비롯해 대화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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