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안나오는 곳이 없네…OTT, 눈덩이 적자 이유 [늪에 빠진 OTT 시장(1)]

입력 2022-12-01 21:00   수정 2022-12-01 21:47


넷플릭스에도, 디즈니플러스에도 있다. 티빙, 시즌은 물론이고 네이버(시리즈온)에서도 볼 수 있다. 14% 넘는 시청률로 화제몰이 중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얘기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면에는 히트작에 목마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의 출혈 경쟁이 있다. 소수의 히트작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어디서 본 듯한, 혹은 똑같은 콘텐츠를 사다 나르기 바쁜 OTT들이 '적자 늪'에 빠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TT 1위 사업자 넷플릭스는 서비스 출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1분기에 유료 구독자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2분기도 연속으로 구독자가 줄면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드러냈다.

넷플릭스는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올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직원 500여명을 해고했고, 9월에도 30명을 추가로 내보냈다.

올 3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자는 2억2309만명.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고 '기묘한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다수의 히트작으로 가입자 손실을 만회한 덕분에 3분기는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으로 체면을 차렸다.
넷플릭스 이어 디즈니도 인력 감축…적자 눈덩이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경쟁업체들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만, 대규모로 성공적인 스트리밍 사업을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며 "우리는 경쟁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이같은 추측은 경쟁사 디즈니에 그대로 적용됐다. 최근 디즈니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요 직책을 제외한 모든 업무 부서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필수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출장은 제한하기로 했다.

2019년 야심 차게 출시한 OTT '디즈니플러스'에 실적의 발목이 잡혔다. 디즈니플러스가 속한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의 올해 3분기 손실은 14억7000만 달러(약 2조원)로 전년 동기의 2배를 넘어섰다. 서비스 출시 후 3년간 누적된 손실액만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디즈니플러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1억6420만명이다. 매 분기 가입자가 늘고 있지만 구독료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투자비가 압도적으로 큰 탓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토종 OTT도 고전…넷플릭스 독주 체제 지속
국내 OTT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긴 매한가지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경쟁자는 늘고, 구독자는 줄고, 투자비는 회수조차 못 하는 삼중고에 모두 적자를 지속 중이다.티빙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65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순손실(594억원)을 넘어섰다. 웨이브도 올 3분기 말까지 당기손실 982억원을 기록해 작년 손실액(525억원)을 초과했다. 쿠팡플레이 시즌 라프텔 등도 적자다.

왓챠는 결국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 왓챠의 누적 결손금은 2017억원으로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7월부터 매각설이 불거졌지만 어려운 업황, 지속되는 경영난에 투자 유치도 매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OTT 공룡 넷플릭스의 독주를 끊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올해 1~9월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38.22%. 국내 유료 OTT 이용자 3명 중 1명이 넷플릭스를 본다는 얘기다.

2위 사업자인 티빙(18.05%), 3위 웨이브(14.37%)는 저조한 점유율로 뒤를 따른다. 이날 티빙이 6위 사업자인 시즌을 흡수합병해 웨이브를 제치고 시장 2위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넷플릭스 점유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콘텐츠 차별화 없어…"자본력 갖춘 대형사만 생존할 것"
시장은 OTT간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에 서비스 중인 유료 구독형 OTT는 10여개. 애니메이션만 다루는 라프텔, 스포츠 경기 중계에 특화된 스포티비 나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OTT 콘텐츠가 영화·TV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은 광고 요금제 도입, 게임·메타버스 등 신사업 진출로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한다. 콘텐츠 제작·유치에 투자를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OTT들도 서비스 차별화가 간절하다. 글로벌 OTT들의 전방위 공세에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 거란 우려가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업체들과 해외 OTT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자본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국내 업체들은 수백억원을 쏟지만, 넷플릭스는 수십조원을 투입한다. 개별적으로 싸워서는 승부를 볼 방법이 없다"며 "국내 OTT 업체들은 지분 교환이나 M&A를 통해 체급을 올려야 한다. 결국 자본이 받쳐주는 대형사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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