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안장된 남편 둔 부인, 재혼했다면 합장 안된다

입력 2022-11-30 18:20   수정 2022-12-01 00:52

국립묘지에 안장된 대상자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면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국립묘지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번 결정에선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없게 한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재판관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헌재는 국립묘지법 5조의 안장 대상자 규정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6·25에 참전했다 1951년 전사해 국립묘지에 안장된 A씨의 자녀가 이번 사건을 청구했다. 당시 부인이던 B씨는 남편 사망 11년 후인 1962년 재혼해 2004년 사망했다. 청구인은 모친인 B씨가 부친 사망 당시 배우자였다는 점을 들어 국립묘지 합장을 신청했지만 보훈당국이 이를 거부했다.

보훈당국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뒤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를 안장할 수 없게 한 국립묘지법 5조를 근거로 들었다. 청구인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다수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선애·이석태·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할 때 배우자이던 사람이 재혼하면 안장 대상자와의 인척 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을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합장을 허용하는 것은) 인척 관계를 종료함으로써 사망한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로서의 실체가 소멸되는 재혼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안장 대상자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희생과 공헌, 그로 인한 어려움을 배우자가 공유했다며 “(배우자의) 기여는 안장 대상자 사망 후에 재혼한다고 소급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전쟁 이후 남겨진 자녀의 양육과 생존을 위해 재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배우자 유족이 많았다”는 점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근거로 들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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