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절규…중국인들 분노 터졌다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입력 2022-12-03 13:07   수정 2022-12-03 13:08


"아이가 죽어가고 있어요. 16층입니다. 지금 저산소 상태에요." 한 여성이 다급하게 주민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이런 음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숨을 헐떡이는 다급한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7시49분께 이 여성이 거주하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15층 한 가정 침실 콘센트에서 시작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 고층까지 번졌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건물 바깥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불이 크게 번지자 딸을 데리고 뛰쳐나와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약 3시간 뒤인 오후 10시35분께 불은 진화됐지만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세 살짜리 아이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탈출구 문 잠겼다" 주장 나와…3살 아기도 사망

이를 접한 중국 주민들과 네티즌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중국 정부 당국이 코로나19 봉쇄를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가 소방차 진입을 막아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네티즌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SNS를 통해 "아파트를 봉쇄하는 고강도 방역조치가 큰 인명 피해를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민이라는 한 네티즌은 직접 철사로 묶인 철문 영상을 올리며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최고층 비상 탈출구 문이 잠겨 있어 탈출이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당국의 사망자 은폐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실제 사망자 수가 20명에 달하는데 당국이 10명으로 줄여 발표했다는 주장입니다. 네티즌들은 "3살짜리 아기가 코로나19 속에 태어나 코로나19로 사망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100일이 넘는 우루무치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인명피해가 컸을 것이란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은 "아파트 입구에 세워둔 차들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 장소에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봉쇄 때문이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20명 사망설'을 제기한 네티즌 역시 체포됐습니다.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사건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 대중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우루무치는 올 8월부터 방역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지역이 봉쇄된 상태입니다. 화재가 난 아파트 역시 봉쇄령이 내려진 곳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인해 화재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중은 고강도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최근 3년 가까이 이어진 당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 질린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화재가 시위의 '도화선'이 된 셈입니다.
"공산당 타도" "눈 뜨고 세계를 봐라" "체포 안 두렵다"

시위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 지역에서 시작돼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까지 퍼졌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엄격한 코로나 방역 조치에 대한 항의를 넘어 정부 '검열'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의미를 담아 시민들이 하얀 A4 용지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중국에서 이러한 대규모 시위는 1949년 현재의 '신중국 성립' 이후 최대 시위로 평가되는 1989년 톈안먼(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등 전국 50여곳의 대학생으 비롯해 성난 시민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27일 칭화대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백지를 든 채 "체포가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인민들은 우리에게 실망할 것"이라며 "체포가 두려워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칭화의 학생으로서 평생 후회할 것이다"라고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학생 주변으로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하얀 A4용지를 들고 몰려들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수백명에 달했습니다.

이들 학생은 "민주주의와 법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봉쇄는 그만,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그만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시위를 목격한 칭화대 학생은 "우리들이 하고 싶지만, 두려워서 감히 못한 일들을 당신들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우리들은 당신들을 영원히 응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대 내 학교건물 계단 벽에는 붉은 글씨로 "봉쇄 통제를 원하지 않는다. 자유를 달라" "핵산 검사 말고 밥을 먹고 싶다" "눈을 뜨고 세계를 봐라" 등의 문구가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이 벽에 적힌 글씨는 이튿날 누군가에 의해 모두 검정색 페인트로 지워졌습니다.

상하이 시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선 "공산당은 퇴진하라" "시진핑을 타도한다" 등의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시민 수백명이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 "평생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며 집단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그동안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입니다.
공산당 체제 본질 '흔들'…인권 억압에 저항
정부 통제가 일상화된 중국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는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성난 민심은 코로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시진핑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로 번졌습니다. 당국은 대대적으로 SNS를 통제하고 시내 곳곳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신원을 조회하며 휴대폰 검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 웨이보에 '백지시위' 키워드를 검색하면 사실상 제대로 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그러자 시민들은 당국 검열을 피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시위를 계획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에 불리한 정보 유입을 막기 위해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이라는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VPN 접속으로 이를 우회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VPN을 사용할 경우 처벌 받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젊은이들은 VPN을 이용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는 데 이미 익숙한 상황입니다.


시민들은 동시다발적 백지시위를 위해 텔레그램을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국 공안당국은 향후 발생할지 모를 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대거 배치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역시 분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 세계가 '노 마스크' 상태로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기 때문입니다.

톈안먼 사태 이후 유례 없는 대규모 시위에 '통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세워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특히 이번 시위는 학생, 시민, 주부들부터 부유층과 중산층 등 계층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확산해 더더욱 눈길을 끕니다. 강력한 통제 위주의 공산당 통치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적 부유를 얻었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정치체계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고 외출하는 삶, 원하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권리 같은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강력한 정책에 중국인들이 공포조차 잊어버리고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나섰습니다. 사실상 중국 체제의 '본질'에 저항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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