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리아 복제약' 유럽 판권 계약 맺은 삼천당제약, 주가 수직 상승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입력 2022-12-03 11:52   수정 2022-12-04 09:06

<i>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i>

11월 28일~12월 2일 한 주간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삼천당제약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주간 거래 첫날인 지난 29일 가격상승 제한폭까지 급등했고, 이후에도 4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번 한 주 3만5900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삼천당제약은 무려 35.8% 오른 4만87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일반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 제약회사입니다. 전문의약품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80년에 가까운 회사입니다. 1943년 조선삼천당으로 시작해 1986년 지금의 삼천당제약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름은 바꾼 건 지금의 윤대인 대표이사 회장이 인수하면서입니다. 코스닥시장엔 2000년 상장했습니다.

삼천당제약의 윤 회장은 한림대학교의 학교법인인 일송학원 설립자인 윤덕선 박사의 차남입니다.

삼천당제약은 항생제를 비롯해 순환기 및 호흡기 질환 치료제, 소염제 등의 의약품을 생산합니다. 주로 복제약(제네릭) 중심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매출 비중이 큰 품목은 안과 분야입니다.

안과 질환 치료제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58.42%였습니다. 전체 연결 매출이 1763억원(연결 매출 조정 前)이었는데, 이 가운데 1030억원이 안과 쪽에서 나왔습니다. 점안제 등입니다.

이번 주 삼천당제약 주가가 급등한 것도 안과 질환과 관련된 호재 때문입니다.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7일 유럽 15개국에 자사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해외 제약사에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습니다.

개발이 마무리 단계이니 이제는 글로벌 판매 전략을 세우는 일환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앞선 2019년 안과 질환에 특화돼 있는 일본 센쥬제약에 해당 국가 판권을 넘긴 바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이 이번에 해외 제약사와 맺은 계약에 따른 독점 판매권 부여 대상 국가에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가 포함됐습니다. 삼천당제약은 향후 10년 간 이들 국가에서 판매되는 순매출의 50%를 받게 됩니다.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금)은 5000만 유로(690억원)라고 했습니다. 본계약을 맺으면 마일스톤을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회사 측은 내년 2월 본계약을 맺을 것이고, 이번 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본계약 체결 시 '지체없이' 재공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계약이 구체적인 거래 조건 등이 담긴 '바인딩 텀 시트(Binding Term Sheet)' 계약인 만큼 본계약이 물건너 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천당제약의 아일리아 유럽 공급 계약이 이토록 주가를 밀어올릴 만한 재료였을까요.

이를 판단하려면 아일리아가 무슨 약이고, 관련 시장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일리아는 미국 리제네론(미국 지역)과 독일 바이엘(미국 외)이 공동 개발해 판권을 나눠 가지고 있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입니다. 적응증(치료 분야)은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입니다. 눈에 직접 주사합니다.

의약품 전문 매체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아일리아는 전 세계에서 89억 달러(11조6000억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코로나19 와중에도 미국에서 57억9000만 달러가 팔렸고, 이외 지역에선 29억2000만 달러가 판매됐습니다.

황반변성은 신생 혈관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황반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아일리아는 신생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와 태반성장인자(PLGF)를 억제하는 원리로 황반변성을 치료합니다.

기전이 명확한데다, 세계적으로 워낙 많이 처방되는 의약품이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치열합니다.

삼천당제약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알테오젠, 로피바이오 등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내년 하반기 임상이 끝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을 마치고 데이터 분석 작업 중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9월 임상 3상이 끝났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2020년 9월 첫 투약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입니다. 회사는 내년 초 임상 최종 보고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 임상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유럽 판매를 맡을 해외 제약사와 본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효능이 오리지널과 동등하다고 입증됐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가능한 일이겠죠.

국내에서는 개발이 앞선 편이지만 마일란이라는 회사는 이미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망막학회(ASRS)에서 아일리아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판권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당장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아일리아에 특허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오리지널의 특허가 종료돼야 출시가 가능합니다.

아일리아는 미국에서 내년, 유럽에선 2025년 물질특허가 끝납니다. 생산(2026년), 제형(2027년), 투여요법(2032년) 특허도 걸려있습니다. 오리지널 개발사가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펼친 전략입니다.

황반변성 치료제가 아일리아만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 제넨텍이 개발한 또 다른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도 있습니다. 루센티스 역시 지난해 35억 달러가 팔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입니다.

시장이 워낙 큰 덕분에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도 활발하게 개발이 되고 있죠. 아일리아보다 특허 만료가 빠른 탓에 이미 주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개발을 마치고 허가를 따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우비즈'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 유럽, 9월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종근당도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로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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