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수·하늘' 3박자 갖춘 하노이 스카이레이크CC [베트남 명문 골프장을 찾아서]

입력 2022-12-13 10:17   수정 2022-12-13 10:21

스카이레이크CC는 하노이 한인 타운의 중심인 ‘랜드마크72’ 빌딩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350㏊에 달하는 부지에 36홀 골프장과 총 120실 규모의 빌라를 조성해 놨다. 내로라하는 해외 골프 마니아들도 스카이레이크CC 앞에선 혀를 내두른다.

시선을 멀리 던지면 하롱베이를 육지로 옮겨 놓은 듯한 석회암 준봉들이 병풍을 이루고, 45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자연 호수가 홀을 감싸듯 포근함을 준다. 스카이 코스에선 맑은 날 지평선 넘어로 하노이의 고층 빌딩이 보일 정도로 도심과도 지척이다.천혜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야성적이면서도 정교한 설계로 유명한 안문환씨(보리DNC)가 장진혁 스카이레이크CC 회장과 동거동락하며 만들어 냈다.


한국의 2세대 골프 디자이너이자 굴지의 골프 코스 설계회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의 창업자이기도 한 안문환씨의 스타일을 읽으려면 국내에서 그가 만든 ‘작품’들을 떠올리면 된다. 효성그룹이 갖고 있는 여주의 웰링턴CC의 와이번 코스가 그의 손길을 거쳤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강원도 양양 설해원의 레전드CC 역시 안문환씨가 설계한 코스다.

장 회장은 차밭과 불모의 땅이었던 광활한 부지를 최대한 자연미를 살린 골프 코스로 바꾸고 싶어했다. 땅의 기운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의 지관을 부른 일이 있는데, 한결같이 “한국이었다면 재벌들이 명당으로 점찍었을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비유하면 용인, 곤지암과 비슷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장 회장은 “옛 절터였던 곳만 빼고 깎고 다듬었는데 처음부터 골프장이 자연과 함께 했던 것처럼 코스와 호수, 산이 만나는 면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레이크CC의 모든 홀들은 완전히 독립돼 있다. 워낙 대지가 넓어 옆에서 볼이 날아올 일은 거의 없다. 장타자들은 어떤 홀에서도 호쾌한 샷을 구사할 수 있다. 블루티 기준으로 전장이 6900야드에 달한다. 캐디백 속에 있는 모든 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골고루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좌우가 넓어 ‘오비’가 날 일은 별로 없지만 홀마다 도전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예컨데 레이크 10번홀의 티박스에 올라가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오른쪽으로 휘는 도그렉홀로, ‘캐리(carry)’로 200m 이상을 날릴 수 있는 골퍼라면 페어웨이 초입까지 깊숙히 들어온 골짜기를 가로질러 드라이버샷을 날리면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안전하게 치려면 골짜기를 피해 왼쪽으로 올려놔야하는데,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상당해 보기를 잡기에도 버거울 수 있다.

그럭저럭 설계자의 ‘루트(route)’를 따라 왔다고 해도 이제부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한국 기준으로 평균 2.9m 정도의 빠른 그린이 기다리고 있다. 30년 경력의 웨일즈 출신의 그린 키퍼(keeper)가 합류하면서 스카이레이크CC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뮤다 글라스가 잘 자리잡은 페어웨이 역시 철저한 디봇 관리 덕분에 잔디로 촘촘하다.

베트남의 골프 문화는 한국에서 이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노이와 호찌민 유수의 골프장들 대부분이 ‘메이드 바이 코리안(made by korean)’이다. 여러 골프클럽 중에서도 스카이레이크CC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자인 장 회장은 골프를 비롯해 리조트, 워터파크, 인공 비치와 마리나클럽 등 베트남에 고급 레저·스포츠 문화를 전파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단계의 미래 비전을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는 장 회장은 올해 리조트&빌라를 개장하면서 골프장에 이어 두 번째 꿈을 이뤘다. 약 2년 간의 펜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온갖 간난고초를 겪은 뒤에 얻은 결실이다.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장 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다고 겉만 번지르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골프 리조트와는 격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선 글로벌 골프 리조트 전문 기업인 윈담(WYNDHAM)이 이 곳의 운영을 맡기로 했을 때의 일화가 하나 있다. 윈담은 인테리어까지 끝났다는 얘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였다. 하지만 막상 실사를 나온 뒤엔 순식간에 결론을 냈다. “윈담의 기준을 넘어섰네요”가 그들이 운영을 맡기로 하면서 한 말이다.

2명이 사용하도록 설계된 빌라는 거실과 침실로 나뉘어져 있다. 어디에서나 통창을 열어 밖의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 바로 눈 앞이 골프 코스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소리도 색깔만큼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에 절로 잠이 깬다. 욕실 샤워기와 변기는 ‘그로헤(Grohe)’와 ‘토토(TOTO’를 썼다. 최고급 ‘킹코일’ 침대와 구스(거위털) 베게도 인상적이다. 5성급 호텔 못지 않은 시설인데 주말, 평일 구분없이 1박 기준 80달러(여행사 공급가 기준)에 불과하다.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베트남 골프를 판단한다면, 겨울 골프의 선택지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평일 기준으로 관광객 그린피를 적용하면 아무리 저렴해도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른 곳엔 없는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노이만 해도 12~2월까지의 날씨는 20도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최고급 회원제 골프장 못지 않는 코스 및 그린 관리 역시 장점이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하노이 골프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스카이레이크CC 만한 골프클럽을 찾기 어렵다.

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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