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패션플랫폼…3년 前 퇴짜 놨던 사모펀드 찾아간 까닭

입력 2022-12-04 17:29   수정 2022-12-05 02:17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2019년 디홀릭커머스라는 스타트업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국내 패션 상품을 일본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디홀릭’을 운영하는 회사로 독특한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니슨캐피탈은 기업가치를 600억원으로 평가하고 인수 협상을 이어갔지만 곧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스타트업 몸값이 뛰던 시절, 흑자 기업인 디홀릭커머스도 벤처캐피털(VC)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협상을 벌이던 수개월 새 몸값이 세 배 폭등했다. 그해 말 디홀릭커머스는 위벤처스-유진그룹 투자조합으로부터 1800억원 기업 가치에 16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입맛을 다셔야 했던 유니슨캐피탈이 최근 디홀릭커머스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유니슨캐피탈은 최근 디홀릭커머스가 발행하는 신주 400억원을 인수해 이 회사 지분 60%를 확보했다. 지분 100% 기준 회사의 몸값은 600억원. 3년여 전 인수하려던 금액 그대로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디홀릭커머스는 2001년 ‘다홍(DAHONG)’이라는 소규모 여성 패션몰로 시작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2006년 중국에서 패션 플랫폼 ‘쓰상치이’, 2008년 일본에서 ‘디홀릭(DHOLIC)’을 열었다. 이후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로 하고 ‘동대문 패션’을 일본에 맞게 현지화하는 전략을 짰다.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디홀릭은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2020년 기준)을 올리는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문제가 생긴 건 역설적이게도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 투자받으면서다. 이후 일본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에 오프라인 의류 매장 6곳과 화장품 편집매장 8곳을 열었다. 주문 3~4일 만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지 물류센터도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투자에도 뛰어들었다. 무리한 외형 확장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배송망 투자도 적자 폭을 키웠다. 올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그사이 디홀릭커머스의 매출은 2019년 592억원에서 지난해 93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0억원 흑자에서 1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된 상태에서 올 들어 외부 투자 유치도 끊겼다. 올해 초 국내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그렇게 유니슨캐피탈에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디홀릭커머스가 먼저 유니슨캐피탈을 찾아 경영권 매각을 타진했다. 유니슨캐피탈은 ‘뉴머니’를 투입한 뒤 본업과 무관한 사업과 부동산 등을 정리하면 충분히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본업에 집중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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