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천만원 '자동CPR' 사놓고 이태원 참사때 고작 3대 썼다

입력 2022-12-04 17:52   수정 2022-12-09 13:53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 중 3개 구급대만이 ‘자동 심폐소생술 기계’(기계식가슴압박장치)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계는 3개 구급대 중 한 개꼴로 갖추고 있을 정도로 보급률이 높은 응급소생장비다. 쏟아지는 응급환자에 비해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첨단 장비 활용도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동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올 10월 29일 총 149개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 가운데 46개 구급대가 기계식가슴압박장치를 갖추고 있었지만 실제로 응급환자에게 이 장치를 사용한 곳은 3개 구급대에 그쳤다. 참사 현장에서 이 장치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시민 세 명 중 한 명은 심장 기능이 돌아온 상태로 병원에 인계됐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들은 기계식가슴압박장치의 활용도가 낮았던 점에 대해 “평소에도 많이 사용하는 장치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구급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나 환자를 옮길 때 가끔 쓰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선 워낙 대규모로 갑작스럽게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다 보니 미처 이 기계를 쓸 생각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을 때 이 장치를 적극적으로 쓰라는 지침이 있었으면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기계식가슴압박장치는 피스톤 기계가 균일한 강도로 심장을 압박하는 장치다. 환자를 들것에 옮겨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도 가슴압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이은 심폐소생술로 체력이 떨어진 의료진을 돕는 역할도 한다.

사람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한 것과 비교해 생존율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은 심정지 환자에게 기계식가슴압박장치를 사용한 경우 사람에 의한 심폐소생술과 비교해 장단기 생존율의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인력이 부족하거나 가슴압박을 오랫동안 지속해야 할 때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119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에도 심폐소생술이 길어지거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 등 특수한 상황에서 기계식 압박 장비 사용을 고려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 당국이 기계식가슴압박장치를 구매하는 데 들인 비용도 상당하다. 지난 11월 기준 소방청이 보유한 기계식가슴압박장치는 1059대로 이들을 구매하는 데에만 총 302억3050만원을 썼다. 미국, 스웨덴 등에서 수입한 장치로 대당 28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이 장치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은 2019년 20.2%, 2020년 25.7%, 지난해 29.4%로 지난 3년간 30% 아래를 맴돌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긴급출동 인력이 부족하고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이나 산악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하면 활용도를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제세동기처럼 일반인도 해당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장은 “기계식가슴압박장치도 의료 장비기 때문에 아직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나 있지 않다”며 “다만 학계에서는 일반인도 쓸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권용훈/구교범/이광식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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