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학생 수 26% 줄어드는데…교육교부금은 67% 증가

입력 2022-12-07 18:10   수정 2022-12-15 16:30


저출산으로 2020~2030년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수가 26% 줄어들지만 이들에게 배정되는 교육 예산은 67%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예산의 약 90%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내국세의 20.79%로 정해져 있어 경제 성장에 따라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초·중·고교에선 돈이 남아돌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인 평생·직업교육 예산은 전체 교육 예산의 1% 남짓으로 빠듯하다.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직적 예산에 재정건전성 ‘빨간불’
7일 통계청에 따르면 6~17세 학령인구는 2020년 547만8000명에서 2030년 406만8000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지난해 0.81명을 기록할 정도로 저출산이 심해진 결과다.

하지만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을 위해 지방교육청에 배정되는 교육교부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예산은 2020년 53조5000억원에서 올해 81조3000억원으로 2년 만에 52% 늘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교육교부금이 2030년까지 89조2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10년 사이 66.7% 늘어나는 것이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이 기간 976만원에서 2192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렇다 보니 일선 교육청에선 흥청망청 돈을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을 무상으로 뿌려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지원 명목으로 10만~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 교육청도 있다. 그래도 교부금 중 다 쓰지 못해 다음해로 넘어간 돈이 2020년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대학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금 같은 내국세 연동제 방식의 교육교부금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46.9%에서 2060년 144.8%로 치솟는다. 하지만 내국세 연동제를 폐지하고 교육교부금 증가율을 경상GDP·학령인구 증가율과 연동하면 교육 예산을 늘려가면서도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16.6%로 28.2%포인트 낮출 수 있다.
“평생·직업교육 내실화해야”
정부는 교육 예산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교부금에 들어가던 교육세 중 3조원가량을 고등교육(대학)과 평생교육으로 돌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문제는 남는다. 3조원의 교부금은 대부분 대학에 투입될 예정인데, 대학생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예산의 ‘칸막이’ 구조와 비효율적 재정 운용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고령층 증가에 맞춰 평생·직업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쪽으로 교부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낸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교육 예산 96조1383억원 중 평생·직업교육 예산은 1조2251억원으로 1.3%에 불과하다. 한국은 직업훈련에 투입되는 공공지출 예산(2019년 기준)이 GDP 대비 0.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에 비해 낮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은 “현재의 평생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 노인정에서의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가깝다”며 “은퇴 세대가 정말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강진규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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