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 산다"는데…日 경제학자도 '쓴소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12-07 06:55   수정 2022-12-07 07:34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진 사이 한국 경제의 위상이 커지면서 '한일 경제 역전'과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온다.

정보가 넘치다보니 잘못된 내용이 사실인양 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 산다'는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앞섰다는 건지, 평균 연봉이 더 높아졌다는 건지도 헷갈린다. 평균 연봉만 하더라도 평가 기준에 따라 한일간의 우열이 제각각이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간혹 있다.



경제규모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 2021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374억달러로 세계 3위다. 한국은 1조8102억달러로 세계 10위다. 인구가 2.4배 많은 일본의 GDP가 한국의 2.73배라는 점은 한국이 좀 더 분발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일본이 4만2620달러로 21위, 한국이 3만4980달러로 23위다. 일본 언론들은 1인당 GDP를 주로 쓴다. 최근 일본의 대표 석학과 경제연구소가 일본의 1인당 GDP가 조만간 한국에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작년말 발표한 '아시아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1인당 GDP가 2027년 한국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7년 약 4만5000달러 지점에서 한국이 일본을 처음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6만달러를 넘어서는 반면 일본은 5만달러를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도 한일 경제 역전이라는 주제에 불을 붙였다. 올 들어 각종 기고문을 통해 “20년 뒤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에 두 배 이상 뒤처질 것"이라며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어도 할 말이 없다”라고 쓴소리했다.

일본은 1975년 G7 창립멤버로 참여한 이후 50년 가까이 선진국 지위를 지키고 있다.일본의 1인당 GDP는 196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후 줄곧 회원국 평균을 웃돌았지만 2015년 처음 평균치 아래로 떨어졌다.



2010~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당 GDP가 연평균 1.09배 증가하는 동안 일본은 0.8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구치 교수는 “2030년께 일본의 1인당 GDP는 OECD 평균의 절반 정도까지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경제규모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고 1인당 GDP도 일본이 앞서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더 잘 산다'는 근거는 뭘까. 일본의 KOTRA인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이 논란을 명확히 정리했다.

JETRO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을 넘었다'와 '아직은 멀었다'라는 논란이 벌어지는건 통계가 여러가지여서다. 다른 나라와의 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는 OECD의 통계데이터베이스인 OECD Stat 자료를 주로 쓴다.

OECD Stat은 회원국의 연간 평균 임금을 1)각국 현지 통화 기준으로 나타낸 통계 2)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을 자국 통화 기준으로 나타낸 통계 3)실질 임금을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로 환산한 통계 등 3가지로 발표한다.



이 가운데 여러 나라의 임금수준을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통계는 3)실질 임금을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로 환산한 통계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일본인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는 보도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에서 한국은 이미 2013년 일본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한국의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은 4만4813달러로 4만849달러의 일본을 10% 가량 앞섰다.

구매력 평가 기준 임금은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환율 사정을 감안해서 비교 가능하도록 조정을 한 수치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일 직장인들의 월급통장에 실제로 꽂히는 급여가 얼마인지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JETRO는 "구매력 평가는 평가기준이 워낙 다양해서 기준을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도 지적했다.

양국 직장인들의 임금수준을 보다 실감나게 비교하기 위해 JETRO는 매월 월급통장에 입금되는 실급여(명목 임금)를 그 해의 시장환율로 환산했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 시대가 끝난 1973년 한국과 일본의 소득격차는 10배였다. 2001년에도 일본의 평균 임금은 3만7165달러, 한국은 1만5736달러로 일본이 한국보다 2.4배 많았다. 하지만 2010년부터 차이가 축소됐고, 2020년 즈음에는 거의 같은 수준으로 좁혀졌다.

2021년 일본의 평균 연간 급여는 4만489달러, 한국은 3만7196달러로 3000달러 차이였다. 2021년 평균 환율(달러당 109.75엔과 1143.95원)을 적용한 액수다. 하지만 올들어 달러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2년 7월의 평균환율(1달러=136.72, 1307.95원)을 적용하면 일본의 평균 임금은 3만2503달러, 한국은 3만2532달러로 한국이 더 많아진다고 JETRO는 분석했다. 구매력 평가 기준 뿐 아니라 명목 임금까지 한국의 임금이 모든 면에서 일본을 따라잡은 것이다. 한국의 임금 상승률이 일본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일 평균임금은 공식적으로 역전될 것이 확실시 된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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