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왕복 300만원 실화?…대한항공은 대체 얼마나 벌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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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2-07 13:38   수정 2022-12-07 15:26

뉴욕 왕복 300만원 실화?…대한항공은 대체 얼마나 벌까 [안재광의 대기만성's]


▶안재광 기자

비행기 푯값이 요즘 미쳤습니다.
미국 뉴욕을 왕복으로 다녀오는 데
직항으로 하면 300만원이 넘어요.
코로나 이전에는 100만원대에도
표가 꽤 있었는데요.
요즘은 이런 가격을 보기도 힘듭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
하다못해 제주도를 가려고 해도
10만원 미만의 특가 항공권은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한때는 1, 2만원짜리 표도 흔했죠.


여행 가는 사람들은 죽을 맛인데,
비싸게 표 파는 항공사는
실적이 어떨까요.
대박이 났습니다.
코로나 탓에 지난 3년간
장사를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제야 살 만하다고 합니다.

이번 주제는 치솟는 비행기 푯값에
표정 관리하는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서
1분기, 2분기, 그리고 3분까지
세 번의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전부 어닝 서프라이즈,
깜짝 실적이었습니다.
예상을 늘 뛰어넘었어요.
가장 최근인 3분기 영업이익은
8400억원에 달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게 영업이익률인데요.
23%에 육박했어요.
원래 항공업은 경쟁이 치열해서
매출이 많아도 마진은 적거든요.
기껏해야 10% 넘기기 어려워요.
그런데 대한항공의 이익률은
올 들어 내내 20%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익이 잘 나는 이유는
표를 비싸게 팔아서입니다.
푯값을 항공 업계에선
'일드' 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승객 한 명을 1킬로미터 운송했을 때,
항공사가 거둔 평균 매출을 뜻합니다.
일드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비싸게
비행기 표를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일드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만 해도
83.1원에 불과했는데요,
올 3분기에는 136.9원에 달했습니다.
국제선 푯값이 평균 65%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이 일드를 적용해서
거리가 1만1064km인
인천, 뉴욕 간 왕복 비행기 푯값을
계산을 해보면 2019년 4분기에
183만원 하던 것이
올 3분기에는 302만원이 됐습니다.
물론 이 금액은 항공사에
잡히는 매출이라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선 일도 또한 최근 일 년 새
40% 넘게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처음으로 일드가 200원을 넘었는데요.
김포, 제주 거리가 444km인데,
이 일드를 적용하면 편도 9만원 정도 합니다.
그러니까 대한항공으로 올 3분기에
서울에서 제주도 다녀오신 분들은
18만원 쯤 지불을 하신 겁니다.


가격이 이렇게 오르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
비행기를 덜 탈 것 같은데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의 올 3분기 국제선
비행기 탑승률은 80%가량으로,
작년 3분기 39% 대비
두 배 넘게 높아졌습니다.
국내선도 같은 기간에
68%에서 85%로 확 뛰었습니다.


비행기 티켓 가격은 주식처럼
계속 가격이 바뀌죠.
같은 노선, 같은 비행기여도
오늘 본 가격 다르고
내일 보는 가격 다릅니다.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최대한
많이 채우고, 가격도 최대한
높게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격을 조정하는데요.
요즘에는 가격을 높여도
비행기가 잘 채워지니까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겠죠.


또 과거에는 항공사들이
자기들이 표를 다 못 파니까,
여행사에 100장, 200장
대량으로 싸게 넘기곤 했는데요.
요즘 이런 물량을 확 줄였습니다.
인터파크나 스카이스캐너에
초특가 항공권이 뜨곤 하는데
여행사가 팔다 팔다 못 판 것이죠.
이런 초특가 티켓을 요즘은 구하기 어렵죠.
비행기 푯값은 수요와 공급에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데요.
코로나로 지난 3년간
해외 여행, 해외 출장 안 갔는데
눌려 있었던 수요가
요즘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공급은, 그러니까 비행기 좌석은
갑자기 확 늘기가 어려워요.
노선을 추가하려면
국토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비행기도 확보해야 하고
승무원도 늘려야 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수요, 공급 불일치가
대한항공이 돈 버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항공사 실적이 좋은 것은
대한항공만 그런 건 아니죠.
미국 대표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3분기에 매출이 역대 최대인
135억달러에 달했죠.


전일본공수, ANA 또한
올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314억엔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에 기록한
1000억엔이 넘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도 83%나 늘었죠.


대한항공이 지금은 좋아 보이는데
사실 최근 몇 년간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죠.
실적이 우선 최악이었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알짜 노선인 중국, 일본 매출이 급감했고
여기에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돼 회사는 도산 위기에까지 몰렸습니다.
부채비율이 200%만 넘어도
빚이 많다고 하는데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한때 1000%를 넘어갔어요.


장사 잘해서 영업이익을 내고도
이자 갚고 나면 적자가 났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누적 순 손실액이 1조원을
넘길 정도였습니다.


오너 일가의 갑질과 일탈도 컸죠.
한국 대기업의 오너 일가가
종종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곤 하는데,
대한항공은 그 수준을 훨씬 넘었습니다.


땅콩 회항으로 유명하죠.
조양호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2014년에 퍼스트 클래스에서
간식으로 주는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받은 것에 격분해서
비행기를 돌리고, 직원 무릎을 꿇린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또 그녀의 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이
광고 대행사 직원과 회의 중에
물병을 던지고 물을 뿌린 사건.
여기에 이들 형제의 어머니인
이명희 이사장의 수행기사 폭언 사건.
이것 말고도 해외 밀수품 반입,
일등석 라운지 갑질,
인천 하얏트 호텔 폭언,
휴가비 전용 등등.
정말 셀 수가 없습니다.
이것만 보면 회사가 망하거나,
주인이 바뀌거나 이것도 아니면,
하다못해 경영진이라도 교체가 됐어야 하는데.
대한항공은 망하지도, 주인이 바뀌지도,
경영권이 바뀌지도 않습니다.


항공 산업이란 특수성 때문인데요.
사실 이런 위기 속에서
백기사 역할을 해 준 것이 정부였어요.
정부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동원해서
대한항공에 자금 지원을 하고,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 주고,
심지어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할 수 있게 했죠.
이거 특혜 아니냐 할 수 있는데.
특혜는 맞죠. 그런데,
정부 입장에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사라질 우려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항공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인데
금호그룹이 해체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가 됐고.
대한항공도 유동성 위기로
정부 지원 없이는 살 수가 없었거든요.
정부가 국적 항공사를 다 포기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 나갈 때
미국 가면 델타항공, 일본 가면 ANA 항공
이런 거 타고 가야 합니다.

정부 입장에선 회생 의지가 있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대한항공을 살리고,
아시아나항공을 여기에 붙여 줘서
글로벌 항공사들과 맞붙어도
뒤처지지 않게 하자.
이렇게 그림을 짠 것입니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나쁠 게 없었겠죠.


대신 조건을 몇 개 걸었는데,
우선 팔 수 있는 건 다 팔라고 했어요.
그래서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알짜 땅
서울 송현동 부지도 팔고,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권도 팔고
미국 LA에 있는 호텔도 매물로 내놨습니다.


갑질 많이 했던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도 제한을 했는데요.
조원태 회장을 빼곤
항공 산업에서 손을 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유리병 투척 사건의 장본인이자
조원태 회장의 동생 조현민 사장,
사실 조현민 사장은 미국인이라
법적 이름은 에밀리 리 조입니다.
아무튼 조 사장을 물류 계열사
한진으로 보냈어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해서
지금은 완전히 아웃됐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대한항공은 이제 제법 괜찮은
회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 주가가 많이 올라야겠죠.
근데, 주가에는 실적 개선과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 3만5100원으로
고점을 찍고 꽤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선 지금 뭘 보냐면,
항공 수요가 앞으로 계속 좋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우선 해외 여행, 해외 출장을 코로나
이전처럼 많이 갈까요.
코로나는 지나가고는 있는데,
내년에는 경기 침체란 복병이 있습니다.
금리를 너무 올려놔서
경제가 안 좋을 것이 분명하죠.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만큼이냐는 것인데
요즘 우려가 점점 커집니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기업 실적이 안 좋아지고
실업률도 높아지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더 떨어지는
시나리오도 언급이 됩니다.
살기 팍팍해지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갈 수가 없겠죠.
비행기 여객 수요가 줄면,
비행기 푯값도 지금보다 내려갈 겁니다.


그동안 너무 좋았던 항공 화물 부문도
우려가 있습니다.
코로나 탓에 탑승객이 확 줄어드니까
대한항공은 작년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대대적으로 개조해서 재미를 봤어요.
지난해 코로나가 극심하자
컨테이너 화물선 물류 대란이 발생해서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러자 배 대신 비행기로 화물을 보내는
기업들이 엄청 늘었습니다.
특히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삼성, SK 같은 곳에서 항공기로
물건을 많이 날랐습니다.


그런데 요즘 반도체 경기는 꺾이고,
컨테이너 화물선 운임도 정상화되니까,
항공 화물 수요가 줄고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란 곳에서
국제선 화물 수요를 발표하는데
올 9월에 화물 수요가
전년 동월 대비 10.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물 적재율, 그러니까 비행기에
얼마나 화물을 실었는지 나타내는
비율도 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게 8월에도 8.9%포인트 줄었거든요.
화물칸에 화물 다 못 싣고
빈 공간이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의미입니다.


화물칸 채우려고 항공사 간
경쟁이 벌어져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국제선 화물 일드는
지난 2분기를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과 합치는 것도
현재로선 불확실하죠.
한국에선 괜찮은데,
이걸 해외 국가에서도 일일이 다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치면
국내 여객 점유율이 약 73% 수준이라
독점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어요.
특히 가장 중요한 국가인 미국이
승인 보류를 결정한 바 있어서
우려가 되죠.
미국 이외에도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에서도 필수적으로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현재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성사시키고
내년 경기가 우려보다 크게 나쁘지 않아서
사람들이 다시 해외에 많이 나가고,
기업들이 수출도 많이 한다면
대한항공은 글로벌 톱 항공사가 될
기회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정부 지원, 그러니까 국민 세금으로
대한항공이 기회를 얻은 만큼,
앞으로 국민 편익을 높이는 데
노력을 많이 해주면 좋겠습니다.
요즘 잘 나가는 대한항공,
티켓 가격 더 올릴지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 PD
촬영 김윤화·박지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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