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토스' 마야, 암호화폐 결제 도입한 이유는 [한경 코알라]

입력 2022-12-09 09:35   수정 2022-12-09 09:47




12월 9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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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블록체인위크 2022에서 느낀점
지난 11월 28일~12월 2일, 5일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필리핀 블록체인위크 2022’ 행사에 다녀왔다. 연사로 초청받아 참여하게 된 것이라 무대에서 주제 발표를 진행했고, 패널토론에도 하나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뜻깊은 경험이었다. 행사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였다. 이번 행사가 필리핀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블록체인 컨퍼런스임에도 3,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그 열기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FTX 파산 등 연이은 악재 이후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행사장은 연사들의 주제 발표와 패널토론 무대를 보기 위한 투자자들로 연일 만원을 이뤘다.

이번 행사의 주요 주제는 웹 3.0과 NFT, 그중에서도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게임 파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장 부스에는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시연하고 있는 기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한때 필리핀 젊은이들이 게임 내 캐릭터를 육성하여 돈을 버는 ‘엑시인피니티’를 부업으로 삼아 월 100만 원씩 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필리핀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투자자들과는 관심사가 약간 달라 보였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2배, 3배 갈 종목을 찾는 데 관심이 많다면, 필리핀 투자자들은 무엇이 다음 엑시인피니티가 될 게임인지 찾는 듯 했다.




사실 게임과 연계된 코인이나 NFT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이 없다면 새로운 게임 이용자들의 인입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그러면 가격이 더 내려가고 유저들이 추가로 빠져나가는 악의 순환고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가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지나도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명작 게임을 만들거나, 단편 게임들을 연달아서 계속 흥행시켜야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게임 제작사에 코인이나 NFT 도입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다. 명작 게임을 만드는 어려운 길 보다는 코인 가격을 띄우는 쉬운 길로 가려는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게임과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의 융합이 유의미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행사장 곳곳에서 보이는 게임 프로젝트들에 큰 관심을 가지는 않았다.

나의 흥미를 잡아당긴 곳은 필리핀 최대의 핀테크 기업인 ‘GCash(지캐시)’와 ‘Maya(마야)’의 부스였다. 둘 다 우리나라의 토스, 카카오페이에 해당하는 국민 핀테크 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이들이 얼마나 유명한 서비스인지 잘 몰랐다. 필리핀에 도착한 첫날부터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행사장으로 갔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밖에 나가서 외식하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등 소비를 해보니 곧바로 두 서비스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어느 상점에 들어가든 계산대 한편에 반드시 지캐시의 결제용 QR코드가 붙어있었다. 심지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어 현금 결제만 가능한 상점에서도 지캐시 앱을 통한 온라인 결제는 가능했다. 아쉽게도 외국인은 지캐시 앱을 내려받을 수가 없어 직접 이용해보진 못했지만 왜 국민 앱이라고 불리는지 매우 알만했다. 반면 마야의 이름은 결제 시 발행되는 영수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야는 우리나라의 KG이니시스와 같은 Payment gateway(PG) 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에게 들으니 마야 앱을 사용하는 고객 수가 이제 거의 5000만 명에 근접했다고 한다. 필리핀 전체 인구가 약 1억 명 정도이니 거의 50%의 국민이 쓰는, 말 그대로 국민 앱인 셈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처한 금융 환경
필리핀 사람들의 핀테크 앱 사용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낙후된 은행 인프라다. 필리핀 중앙은행인 BSP에서 2019년 성인 인구 7200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비자 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계좌를 가진 필리핀인은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리핀 국민은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은행 이용을 꺼린다고 한다. 마닐라에서 길을 거닐다 보면 은행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은행에 방문하여 창구 직원을 만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대기시간을 견뎌야만 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더 심해졌다. 우리나라처럼 쾌적한 영업장 환경과 잘 만든 자체 모바일앱을 제공하는 은행들이 즐비한 나라에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 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귀찮고 성가신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다소 어이없게도 대다수 국민이 은행을 이용할 만한 충분한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설문조사에서 은행 계좌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왜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는지 묻자 45%가 ‘자금 부족(Lack of fund)’이 이유라고 답했다. 2018년 기준 필리핀 국민의 연평균 가족 소득은 31만3000페소로, 원화 기준으로 약 740만 원 정도이다. 4인 가족일 경우 구성원 1인당 연 185만 원을 번다는 뜻이며 이를 열두 달로 나누면 가족 구성원 한 명의 수입은 매월 약 15만4000원으로 계산된다. 물론 필리핀 물가가 한국보다 싸기 때문에 이 정도 수입이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충분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설문조사 결과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금 부족이라는 것은 이 금액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액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달러화 초강세로 휘청이는 가운데, 필리핀 역시 지난 9월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환율은 필리핀의 모든 물가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특히 기름값이 많이 올라 예전에는 1000페소면 하루 차량을 운행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2000페소 이상 기름을 넣어야 하루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그대로라서 기름을 넣고 나면 나머지 생활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식자재와 외식비 인플레이션도 심각하다. 필리핀은 쌀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급등한 환율 때문에 식재료값도 올해 초 대비 30%나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금융 환경에서 온라인 뱅킹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다수 필리핀 사람들은 모바일에 친숙하다. 전 국민의 69%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53%는 인터넷을 사용한다. 은행 계좌가 없는 필리핀 성인 중에도 무려 70%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하루에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것도 싫고 은행에 보관할 만큼 충분한 소득도 없는 필리핀 국민에게 지캐시와 마야는 훌륭한 대체재이다.

비트코인이 필리핀 국민들의 희망이다
지캐시와 마야는 최근 들어 암호화폐 거래 기능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실 같은 앱을 사용하는 사람끼리는 이미 은행 계좌 없이도 페소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웬만한 상점에서도 앱만 있으면 페소화 결제가 가능하여 꼭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두 회사 모두 암호화폐를 품은 이유는 역시 언젠가 페소화가 아니라 암호화폐만 쓰이는 순환 경제가 도래할 가능성에 미리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달러에 환율이 치솟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국민의 실소득이 반강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필리핀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단지 원래 빈곤층 비율이 높던 필리핀 같은 가난한 국가들이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이다. 마닐라에서 그랩(Grab)을 잡아타고 이동하면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빨간불에 차가 멈추어 설 때마다 어디선가 돈을 구걸하는 어린이들이 나타나 창문을 두드리며 차 안에 앉아있는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마닐라 정도 되는 대도시에 구걸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빈곤층이 이 정도로 많다면 정치든 경제든 산업이든 뭔가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필리핀 블록체인위크 2022의 주제 발표 무대에서 내가 준비한 발표 자료의 제목은 ‘왜 비트코인이 최고의 투자자산인가’이다. 필리핀 빈곤층 국민이 가난을 벗어나려면 비트코인을 지금부터라도 꼭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비트코인이 필리핀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하다. 원래부터 어려웠던 경제 상황에 페소화 가치하락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더욱 살기 힘들어진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역할이다. 비록 지금은 가격이 전고점 대비 많이 내려와 있지만,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희소성을 기반으로 다른 재화들 대비 상대적 가치가 오르는 특성이 있는 ‘경화’이다. 따라서 전 세계가 다시 돈 풀기를 시작하면 그 전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이미 지캐시와 마야 등 모바일 핀테크 앱 사용에 익숙한 필리핀 국민이니, 앱 내에서 제공되는 암호화폐 교환 기능을 이용해서 소득 일부분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면 꼭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예금이자를 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시경제 환경과 상관없이 하드코딩 된 코드에 따라 10분에 한 번씩 블록이 생성되고 블록 생성자에게 정해진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지는 ‘number go up technology (숫자 상승 기술)’이다. 누구도 이 규칙을 바꿀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은행 계좌에 페소화를 예금해놓고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이자만 받는 것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필리핀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은행 계좌 개설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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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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