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리뷰]

입력 2022-12-09 08:00   수정 2022-12-09 09:20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는 환상적인 몸의 예술을 2시간 내내 펼쳐낸다. 인간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다채로운 이야기, 경이로운 묘기, 몰입감을 배가하는 수준 높은 음악과 박진감 넘치는 밴드 사운드까지 명성에 걸맞은 종합예술이다.

1994년 초연된 '알레그리아'는 태양의 서커스의 대표 작품으로, 초연 제작자였던 프랑코 드라고네가 어린 시절 스페인의 한 시골 마을에 살 때, 주민들이 삶에 지쳐 힘들 때면 외쳤던 '알레그리아!'라는 말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채로운 구성은 '알레그리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배경은 가상의 왕국이다. 선왕이 죽고 난 후 왕좌를 차지한 궁정의 어릿광대 미스터 플뢰르, 그를 이용해 권력을 지키려는 귀족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려는 브롱크스, 브롱크스와 함께 평화로운 변화의 여정을 이끄는 천사들, 그리고 미스터 플뢰르의 내면을 표현하는 님프까지 스토리의 뼈대가 탄탄하다.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알고 보면 몸의 언어는 더욱 경이롭다. 권력의 기둥을 노련하게 다루는 귀족들은 러시안 바와 뱅퀸을 접목해 아슬아슬한 공중 곡예를 선보인다. 곡예사들이 긴 장대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탑을 쌓으며 긴장과 안도가 반복되는 '아크로 폴'이 시작부터 숨죽여 공연에 빠져들게 한다.

왕국에 날아든 두 천사는 공중그네에서 서로에 의지한 채 몸을 던지고 손을 맞잡는다. 가볍지만 날렵한 스핀에 손에 땀이 쥐어지다가도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이 이내 안정감을 안긴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브롱크스에게 강조된 건 힘의 표현이었다. 몸의 균형감을 이용해 거대한 철제 바퀴 저먼 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에서 묵직한 힘이 전해진다. 기존의 질서에 도전장을 내미는 인물의 단호함과 기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뜨거운 불로 단숨에 시선을 앗아가는 '파이어 나이프 댄스'와 바람과 종이 가루로 생생하게 표현된 '눈보라', 남녀 곡예사가 마치 한 몸이 된 듯 깊게 호흡하는 아찔한 공중 곡예 '에어리얼 스트랩', 아름다운 몸 선이 강조된 훌라후프 묘기, 트램펄린 위에서 역동적인 텀블링과 아크로바틱의 향연이 펼쳐지는 '파워 트랙'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움직임의 연속이다.

단연 압권은 '플라잉 트라페즈'다. 여러 곡예사가 10m 높이에 설치된 4개 공중그네 위에서 중력을 거스르고 힘차게 날아오를 때마다 관객들은 '와!'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긴장과 두려움을 희망과 환희로 바꾸는 에너지에 놀라게 된다.


'뉴 알레그리아'의 또 다른 특색으로 꼽히는 건 청각적 즐거움이다.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은 서커스에 현대적 감각을 입힌다. 두 명의 보컬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 있게 조화를 이루고, 드럼·첼로·기타·아코디언 등으로 구성된 연주는 공연의 몰입감을 배가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에 가슴을 울리는 드럼 사운드가 얹힌다고 생각해 보라. 단숨에 희열이 차오른다. 참고로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기쁨, 환희, 희망을 뜻한다.

19년이 넘는 투어 기간 동안 전 세계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사로잡은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단언컨대 눈과 귀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다.

공연은 내년 1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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