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성공하려면, ‘관계’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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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12-09 12:40   수정 2022-12-09 12:41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러프킨은 2007년 저서 <소유의 종말>을 출간했다. 상품의 소유에서 접속으로 변화하고 시장의 주역이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공급자와 사용자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예측한대로 고객들이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상품을 소유하거나 공유하는 걸 넘어 구독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그가 전망한 접속은 구독경제라는 모델로 실현되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확산시킨 기업 주오라(Zurora)는 정기구독을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맞춤형 결제, 매출 분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주오라에 따르면 구독경제 산업은 일반 소매업보다 몇 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은 구독경제 산업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오라 창업자인 티엔 추오(Tien Tzuo)는 저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구독경제가 성장한 원인으로 디지털 전달 방식과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지목한다. 조직 사고 방식이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바뀌는 변화가 구독경제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구독경제에서는 상품 경험을 보는 기업의 시각이 다음과 같이 바뀐다.
소유 → 접속
일반화 → 맞춤화
계획된 진부화 → 지속적 개선
완벽 → 즉각 대응
단절적 개선과 관계구축 → 연속적 개선과 관계구축

구독경제는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한다. 기업은 고객이 해지하기전까지 정기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구독은 기본적으로 정기 결제, 선불 결제이기 때문이다. 또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얻게 되는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실시간 살필 수 있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

고객은 주기적으로 상품을 받으니 매 번 상품을 고르느라 쓰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한 번에 큰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소액을 지불하며 효용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상호작용에 기반한 맞춤화를 통해 자신 취향에 맞는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구독경제는 정기 배송 모델, 무제한 이용 모델, 렌탈 모델, 클라우드 구독 모델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기 배송 모델
정기 배송 모델은 개별 고객을 위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로 전문가가 선별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꽃, 의류, 화장품, 생필품, 미술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속옷 전문업체인 어도어미(Adore Me)는 매달 몇 개의 속옷이 담긴 박스를 배송한다. 고객은 1주일 내에 마음에 드는 제품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패션업체 스티치 픽스(Stich Fix)는 스타일리스트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배송한다. 고객이 스타일 프로필을 채우면 인공지능이 추천 목록을 작성하고, 스타일리스트가 이 중 다섯 벌을 선정해 배송한다. 옷을 고르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주고 고객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추천해 주며 쇼핑 경험을 혁신한 것이다.


무제한 이용 모델
이 모델은 월정액으로 고객에게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Spotify)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넷플릭스 모델이라고 부른다. 깜짝 퀴즈 하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4자 성어는? 정답은 ‘무한리필’이다. 이 모델을 무한리필 모델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구독경제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OTT 중심으로 재편했다. 매월 일정액을 내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수 많은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 시청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TV,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원격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어드(Forward)는 3D 스캔을 한 뒤 결과를 실시간으로 고객 스마트폰으로 전송한다. 고객은 앱을 통해 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추가 상담을 할 수 있고 상담 내역은 AI 시스템을 통해 기록된다.

일본 커피마피아(Coffee Mafia)라는 카페는 매월 일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커피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의 호응이 좋자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는 구독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도 커피 구독을 판매하는 카페가 많아졌고 완두 커피를 정기 구독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렌탈 모델
렌탈 모델은 고객이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고가품을 일정 기간 빌려 주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효과적인 고객관계관리를 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구독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가치의 중심이 소유권(ownership)에서 이용권(usership)으로 바뀐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원하는 차를 수시로 바꿔서 골라 사용할 수 있는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세단 및 SUV 중에서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옵션으로 제공하던 자동차 기능을 중심으로 한 구독 비즈니스가 활발하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추가기능을 구독 상품으로 제공한다. 옵션을 일시에 구입하는 대신 구독 모델을 선택해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며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 이전에는 차량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면 차를 바꿔야 했다. 그러나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차량을 설계했기 때문에 이미 판매한 차도 자유롭게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원격 제어 가능인 커넥티드 서비스를 구독 상품으로 제공한다. 시동, 공조 등 기본 제어와 차량 상태 파악이 가능한 기능이다. 신차 구입 후 5년간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이후부터는 이용료를 내야 한다.

렌탈 대상은 시대에 따라서 변해왔다. 1세대는 생활가전제품, 2세대는 헬스케어, 유아 및 아동 용품, 3세대는 예술품, 패션, 애완동물 용품으로 대표된다. 그림 정기 구독서비스인 핀즐(Pinzle)은 큐레이터가 매달 선정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집에 걸어 감상할 수 있도록 대형 아트 포스터를 제공한다. 집안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골프가 젊은 층에게 확산되며 골프웨어의 대여가 크게 성장한 바 있다. 값비싼 골프웨어를 구매하는 대신 대여해 라운딩마다 다른 패션을 즐기는 것이다. 심지어 옷을 두 세 벌 가져와 라운딩 중간에 바꿔 입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경우도 제법 많다고 한다.
클라우드 구독 모델
이는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 기반한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는 업그레이드가 잦아서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보다 대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 SaaS)가 등장했다. 매월 정기 요금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대여하고 업그레이드와 사후관리까지 총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독 비즈니스로 전환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기존에는 윈도우와 MS오피스 등 소프트웨어를 CD로 판매했다. 판매 가격이 높다 보니 불법 복제가 많았다.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도 쉽지 않았다. 이에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비전을 내걸고 변신을 추진했다.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고 클라우드에 접속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고 고객의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어도비(Adobe)는 2013년 말부터 디지털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구독 모델로 전환하고 4년내 주가가 370% 상승하는 기록을 보였다.

구독경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질 만큼 충분한 혜택이 있어야 한다. 결제 주기가 도래할 때마다 고객은 구독을 유지할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티엔 추오는 구독경제란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유경제는 판매의 종결을 중시했다. 하지만 구독경제는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해 고객생애가치를 키워가는 것을 중시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하기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매하던 고객, 구독하게 하라! 그리고 상품이나 판매가 아니라 관계에 집중하라.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이유재 석좌교수의 글과 다른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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