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영감과 섬광]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22-12-13 17:23   수정 2022-12-14 00:55


피카소의 ‘두 자매’(1902년, 유화)란 작품이 있다. 피카소가 스물한 살 때 그린 것으로 청색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다. 푸른 색조로 뒤덮인 화면 중앙에 푸른색 옷으로 몸을 감싼 두 여성이 서 있다. 두 여성은 발등을 덮을 정도로 긴 옷을 입었는데 겨우 얼굴과 발 일부만 드러나 있다. 왼쪽 여성은 눈을 감고, 오른쪽 여성은 품에 아기를 안았다. 두 여성에게는 깊은 침묵과 슬픔과 우울이 드리워져 있다. 두 여성에게 어떤 곡절이 숨어 있을까?
극적으로 엇갈린 자매의 운명
두 여성을 자매라고 상상해보자. 둘은 어려서 헤어졌다. 자매는 세월이 흐른 뒤 병원의 수용 병동에서 만난다. 한 여성은 수녀로 감호 병동 봉사활동을 하러 오고, 또 다른 여성은 가난에 내몰려 매춘부로 살다가 병원 돌봄을 받다가 만난다. 자매의 운명은 극적으로 엇갈린다.

피카소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들인 시간은 1년을 훌쩍 넘긴다. 그것은 두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꿰어보는 상상력을 끌어내는 데 들인 시간이다. 만일 피카소가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쳤다면 이 작품은 밋밋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고유한 상상세계를 갖고 산다. 상상력은 대상의 우발적 풍부화를 이루는 조건이다. “한밤의 꿈, 환각, 시각망상”(사르트르, <사르트르의 상상계>, 기파랑, 269쪽)의 조각들로 이뤄진 상상세계에서 삶 속의 또 다른 삶을 꿈꾼다.

‘상상하다’는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는 뜻이다. 상상이란 대상을 건너뛰고 가로지르는 능력, 연상 행위로 지금 여기에 없는 것을 눈앞에 불러내는 능력이다.

인형놀이를 하는 소녀들은 상상을 현실로 옮긴다. 소녀가 그리는 상상세계는 내면의 현실이다. 현실이 그 상상세계를 감싼다. 아울러 우리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뛰어넘는다. 무언가를 상상할 때 그것은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사람은 이것과 저것의 유비를 통해 상징과 은유를 만들고, 여기에 부재하는 저 너머를 보는 능력을 드러낸다. 상상은 우리 감각을 확장하고, 원격표상으로 이끈다. 피카소가 보여줬듯이 대상을 넘어서는 예술의 화사함은 곧 상상력의 화사함이다. 화가들은 경험과 기억에 상상력을 보태 감각을 갱신하고, 대상과 세계를 황홀경 속에서 다시 본다. 시인에게 상상력은 동물에서 식물을 꺼내고, 인간의 피에서 괴물을 꺼내는 마술이다.

시인들은 비 온 뒤 생긴 웅덩이에서 길의 눈동자를 보고, 바닷속에서 살롱을 본다. 시인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풀을 “내 기분의 깃발, 희망찬 초록 뭉치들”(월트 휘트먼)로, 고양이를 “한밤중의 야경꾼”(파블로 네루다)으로, 달을 “밤의 카펫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니체)라고 노래할 수 있다.

동물이 저 너머로 나아가지 못한 채 지금 여기에서 즉물적 존재에 머무는 까닭은 동물에게 상상력이 없는 까닭이다. 상상력의 부재가 동물을 제 생명을 부지하는 활동에 전념하는 물질 덩어리로 만든다.
인류 문명 바꿀 근원적 원동력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상상력과 인지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상상력은 지각, 기억, 연상을 기반으로 하는 인지 능력의 일부다. 인간은 상상력으로 단조로움을 거부하고, 자기 한계에 저항하며,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다. 또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구와 사물을 발명하고 자기의 필요와 욕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인류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인류 문명은 얼마나 메마르고 빈곤했을 것인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함의 뒷배는 상상력이다. 인류는 없는 것을 실재로 눈앞에 불러내는 이 능력 덕분에 건축, 농업, 야금술 등을 발명하고 인류 문명의 발달에 기여할 수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무의식에서 원형과 이데아를 끄집어내고, 시와 동화와 기호와 신화를 빚는 창조 역량인 상상력을 발휘했기에 다른 영장류를 제치고 우뚝 설 수 있었다.

상상력은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고, 문명을 바꿀 근원적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이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다르게 생각함이 혁신의 시작이고, 이걸 뒷받침하는 게 상상력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없는 인재는 어느 분야에서든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축구나 골프 같은 스포츠, 정치와 경제 분야의 인재에게도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상상력 없이는 혁신이나 창의적 아이디어도 불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것까지 상상하라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하나의 틀에 갇힌다. 우리 마음은 컴퓨터와 같다. 사고는 사람의 마음에 발판이 될 만한 패턴을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대개 그 패턴에 빠져든다. 그것은 마치 레코드판의 홈과 같아서 거기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정해진 관점, 정해진 가치관과는 다른 홈을 새로 파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틀에 갇힌다는 것은 인습적 사고에 갇힌다는 뜻이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기존 인습과 다른 발상과 사고방식으로 판을 흔들어 변화를 이끌고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게임 체인저, 즉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보유하지 못한 집단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나올 수는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같은 게임 체인저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잊지 말자.

상상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를 만들고, 상상의 크기에 따라 생각의 크기도 확장된다. 상상하라! 상상이 불가능한 것까지 상상하라!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학자처럼 집중하고, 시인처럼 엉뚱하게 상상하라!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정도로 다르게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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