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했다. 전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겨냥해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 방치”,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작심 비판을 쏟아내면서다. 정부의 건보 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 재정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 기조로 전환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건보 적자는 내년 1조4000억원을 기록한 뒤 해마다 늘어나 2050년엔 한 해 적자만 24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20조원을 넘는 건보 적립금도 2028년 바닥날 전망이다. 건보 누적 적자는 2060년 57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에선 “건보 문제가 국민연금 문제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연금은 향후 ‘지급불능 사태’가 우려되면서 연금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건보 재정 문제는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실제 재정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건보 재정이 휘청이는 배경엔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문재인 케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020년 건보 보장률 70%’ 목표를 내걸고 3800여 개 비급여(건보 보장 제외)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진료까지 보장을 대폭 넓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쇼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1년간 외래 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하루 1회꼴)를 넘은 환자가 2550명에 달했다. 이들에게만 1인당 연간 986만원이 건보에서 지출됐다. 과잉 진료도 늘었다. 복지부 실태조사에선 단순 두통인데도 MRI를 찍어달라는 환자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MRI와 초음파 검사에 쓰인 건보 진료비는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10배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건보 보장률은 지난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62.6%에서 2020년 65.3%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경증 환자의 의료 이용이 늘면서 중증 환자의 병원 이용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이나 해외 체류 국민의 ‘건보 무임승차’도 적지 않다. 외국인은 현재 한국 입국 후 6개월 이상 건보에 가입하면 본인과 배우자, 자녀는 물론 부모까지도 체류기간과 무관하게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한 배경이다.
곽용희/정의진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