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혹한기 버티려면···개발자보다 귀한 '이 직업' 잡아야 한다 [강홍민의 굿잡]

입력 2022-12-14 08:43   수정 2023-07-12 11:29




최근 몇 년 새 가장 주목받는 직업 중 하나가 개발자였다. 대기업을 비롯해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도 개발자 모시기 경쟁에 나서면서 취준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코딩학원을 다니면서 개발자를 꿈꿨으니 말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기존 개발자들은 몸값을 높여 이직하기 바빴고, 전공자들은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게 일이었다. 기업들은 개발자 확보를 위해 유래 없던 연봉인상과 채용보상금, 스톡옵션까지 내걸고 파격 근무조건까지 덤으로 얹혀 모시기 경쟁에 나섰다. 물론 지금도 개발자의 몸값은 금값이지만 경기 호황일 작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글로벌 경제가 긴축기조로 전환되고 국내 기업들에 투자 흐름이 막히면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유니콘의 청사진을 꿈꾸며 비즈니스 모델을 발 빠르게 구축해야 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른바 ‘데스밸리’를 건너야 할 시기가 찾아온 현재, 개발자보다 더 주목받는 직업 ‘비즈옵스(BizOps)’가 떠오르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비즈옵스’는 때론 홍반장처럼 만능이 되기도, 때론 무서운 시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강경책과 회유책을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스타트업의 제갈량(諸葛亮) 김지은 채널코퍼레이션 비즈옵스팀 리드를 만나 ‘비즈옵스’의 세계를 들어봤다.




‘비즈옵스’라는 직무가 조금 생소한데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비즈옵스는 Business Operations의 약자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Operation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니, ‘The process of making things work’라는 뜻이 있더군요. 그럼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은 ‘비즈니스가 되게 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말하면 비즈옵스는 ‘비즈니스의 성장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맥가이버 칼’과 같은 역할이에요. 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데이터라는 도구를 활용해 해결하는 역할이죠.”



“기업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맥가이버 칼 ‘비즈옵스’ ,투자 혹한기 겪는 스타트업에 없어서는 안 될 직무로 부각”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이 직무가 주목을 받은 이후 최근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제 생각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요. 첫 번째는 현재 투자 시장 환경이에요. 글로벌 시장이 긴축으로 바뀌면서 투자 시장이 잠겨버린 거죠. 그러면서 빠른 매출과 빠른 성장을 원했던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시금 스스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과연 우리가 성장하는데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 말이죠. 그 부분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비즈옵스 직무가 주목받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뭔가요.
“좀 거시적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비즈옵스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AI가 대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반복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비즈옵스가 발견하는 문제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거든요.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 많고,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결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AI가 대체하기엔 아마 힘들지 않을까요.”

작년까지만 해도 개발자 모시기 붐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개발자 채용이 중요하지만 왠지 주목도가 개발자->비즈옵스로 넘어가는 경향도 보입니다.
“아마도 모든 스타트업들이 지금 이 혹한기를 체감하고 있을 거예요. 이 흐름은 누구 하나가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 겨울을 견뎌야만 생존을 할 수 있거든요. 물론 투자가 호황일 작년까지만 해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개발자가 가장 핫한 포지션이었고요.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비즈옵스가 주목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구체적으로 비즈옵스는 어떤 일을 하나요.
“쉽게 설명하면, 기존의 전략기회 또는 사업기획 파트에서 하던 일과 유사할 것 같아요. 사내 다양한 팀들을 대상으로 전략 기획부터 실행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주 업무예요. 회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대시보드를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지, 문제 해결 방법을 어떻게 기획할지 등으로 나눠 지표를 그리게 됩니다. 특히 비즈옵스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데이터로 접근하는데, 각 팀의 지표가 되는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할 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해요. 기존 전략기획과 조금 다른 점은 스타트업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더욱 많고 다양하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라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뭐가 있나요.
“예를 들어, 전직원이 받는 인센티브를 못 받는 직원이 있어요. 그 직원은 모두가 받는데 자기만 못 받으니 ‘왜 인센티브를 못 받는지 알고 싶다’고 물어보죠. 그 경우 회사에서 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지, 이 제도를 왜 우리는 하고 있는지, 왜 다른 직원은 받는데 당사자는 못 받는지에 대해 회사와 직원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하기도 하죠. 회사는 물론 그 직원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나이스하게 소통하는 방법 또한 비즈옵스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지난해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투자 유치 미션 달성한 이후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비즈옵스로 직무 바꿔”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비즈옵스로 직무를 옮긴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한 가지 계기가 있었어요. 작년에 저희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선 그 투자를 리딩할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투자 유치에 미션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해외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었죠.”

해외 투자사를 목표로 둔 이유가 있었나요.
“채널톡 서비스는 B2B Saas 플랫폼인데, 이 플랫폼을 잘 이해하고 글로벌 진출에도 도움이 될 만한 투자사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서 내부에서 투자를 리딩할 사람을 고민하던 중 제가 맡게 됐어요.”

비즈옵스로 직무를 바꾼 걸 보니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를 했나 보군요.
“네. 약 3개월에 걸쳐 투자 유치 작업을 준비해 싱가포르의 파빌리온 캐피탈을 통해 280억 원 규모의 펀드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퍼포먼스 마케터에서 비즈옵스로 직무를 변경하게 됐고요.”

퍼포먼스 마케터로 투자에 관한 일을 해보지 않았을 텐데, 또 선뜻 하겠다고 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물론 투자 유치 실무를 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이전에 사업의 아젠다를 가지고 사업개발을 한 경험은 있었어요. 그래도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용어나 방법들은 공부를 해야 했어요. 특히 영어로 된 투자 계약서에 까다로운 조항들을 공부하고 조율하는 게 힘들어 거의 잠을 못 잘 정도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회사가 흘러가는 방향을 볼 때 투자가 필요한 시기였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어요.”

어떻게 보면 비즈옵스는 만능이군요. 그리고 오지랖도 넓어야 할 것 같고···경험해보지 않은 분야도 조금씩 파악하고 있어야겠어요.
“맞아요. 제가 세일즈나 개발에 대해선 디테일하게 알진 못하죠.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지를 고민하기 위해선 공부하고 알아야 하는 직업이에요.”





새로운 직무(직업)이다 보니 다른 직무의 경험을 가진 경력자들이 비즈옵스에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어떤 분들이 잘 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사업기획 또는 전략기획을 한 분들이나 데이터 분석을 다룬 분들도 업무가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세일즈나 마케팅 분야를 경험한 분들도 잘 맞지 않을까 싶어요.”

전공은 중요한가요.
“크게 중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와 함께 일하는 분은 물리공학과였고 저도 아예 상관없는 전공이거든요.(웃음)”



“비즈옵스, 논리적 사고력-데이터 분석력-커뮤니케이션 능력 갖춰야···일 많다는 단점도, 문제를 해결하고 찾아오는 짜릿함도 있어”



비즈옵스가 갖춰야할 조건이 있다면 뭔가요.
“우선 논리적 사고력이에요. 복잡한 현상에서 심플한 핵심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문제 상황에 투입되고, 현업 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때 파악된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비즈옵스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자 가장 큰 무기가 바로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도 중요하죠.”

비즈옵스가 기업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그럼 그 문제 발견은 어떻게 하는 구조인가요.
“비즈옵스 팀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문제가 있는 팀에서 요청을 하거나 아님 C레벨(대표 등)에서 일을 주는 형식이에요. 중요한 건 회사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비즈옵스 팀이 투입된다는 거죠.”




동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즈옵스가 투입된다는 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 부분이 항상 두려워요.(웃음) 그럼에도 동료들이 저희 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은 있어요. 왜냐하면 누군가의 성과나 업무를 트래킹 하는 게 싫을 수 있죠. 그렇지만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잘 해내야만 하는지,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누군가는 크로스 체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있다면 더욱이 바로 짚고 넘어가야하는 게 필요하고요.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다행히도 저희 팀 멤버들은 아주 성장 욕구가 많은 분들이라는 점이죠.(웃음)”

이 직업은 장점과 단점도 명확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비즈니스 성장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점이죠. 최종 의사결정권자들 바로 옆에서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방식을 계획해 제안하는 역할이니까요. 반대로 일이 많다는 단점이 있긴 해요.(웃음) 평소에 업무량이 많은데, 갑자기 더 늘어나면 힘들 때도 있지만 짧고 굵게 임팩트를 만들어 나가는 이 경험은 정말 짜릿해요. 안 해본 분들은 모를 정도의 짜릿함이죠.(웃음)”

요즘 뜨는 직업 ‘비즈옵스’의 연봉 수준은 어떤가요.
“기본적으로 시장가는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 시기를 보면 아무래도 좀 올라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 저희 회사의 경우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이라···회사의 기조가 ‘시장가(연봉)보다 더 많이 준다’거든요.(웃음)

비즈옵스의 비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올해부터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의 런웨이(Runway, 자금이 떨어지기 전까지 생존할 수 있는 기간)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공격적인 채용과 R&D, 마케팅보다는 보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고요. 한 마디로 비용을 투입해 성장을 끌어올리는 시기가 아닌 최소한의 비용으로 어떻게 최적의 성장을 만들지를 고민하는 혹한기 시즌이 찾아왔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비즈옵스의 역할은 앞으로 더 많아지고 중요해 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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