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물고 분양 취소…2.5억 할인까지

입력 2022-12-16 17:33   수정 2022-12-26 19:28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입주자 모집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무더기 미계약 물량이 소진되지 않자 분양을 아예 취소하거나 분양가를 모집 공고 당시보다 1억~2억원 할인해 물량 털기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계약 대거 발생에 재분양 선회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시공사인 서희건설은 기존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1순위 청약 당시 73가구 모집에 249명이 신청해 청약 경쟁률 3.4 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첨자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총공급물량 144가구 중 72%가량인 104가구가 미계약됐다. 시공사 측은 이미 계약을 마친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의 1.5배를 돌려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분양한 전남 광양시 ‘더샵 광양라크포엠’도 최근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 단지는 898가구 모집에 530명만 신청해 청약 마감에 실패한 데 이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추후 재(再)분양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사 주택 담당 임원은 “미분양 장기화에 따른 악성 미수 채권을 떠안느니 얼마 되지 않는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미계약 속출로 분양대금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향후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나서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취소 대신 할인 분양에 들어간 단지도 있다. 지난 8월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 파주시 주거용 오피스텔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넉 달 가까이 미계약분이 남아 있자 애초보다 2억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올 들어 7차례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최초 분양가보다 15% 낮은 가격에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분 할인 판매는 기존 계약자의 반발과 시공사 이미지 악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미분양 주택 10만 가구 육박”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작년 10월 말(1만4075가구)의 3.3배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이 55가구에서 866가구로 14.7배 급증했다.

이달 들어선 15일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20개 단지 중 △파주 운정신도시 A2BL 호반써밋 △군산 신역세권 예다음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 등 10곳이 입주자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232가구)와 제주 서귀포시 ‘빌라드아르떼 제주’(36가구)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분양 공포는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미분양 전망지수는 전달보다 4.4포인트 증가한 135.8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분양 주택이 상반기 10만 가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병철 팀장은 “지금은 재분양이나 할인 분양이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주택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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