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조제·댐 수문제작 역사 쓴 금전기업

입력 2022-12-18 17:58   수정 2022-12-19 00:57


금전기업은 철강재 설치공사, 상하수도공사, 강구조물 공사 같은 수(水)처리 설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4대강 사업인 낙동강 24공구, 영산강 6공구를 비롯해 인천공항·새만금·아산만 방조제 배수갑문, 소양강댐 여수로 수문 제작 설치, 서울지하철 비상 방수문 등 국내 대규모 수처리 설비들이 금전기업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홍종식 금전기업 대표(사진)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문과 양수장, 배수장 등 국내 굵직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수행했다”며 “수처리는 금전기업이 최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전기업은 1956년 3월 전북 김제에서 철공소로 시작했다. 평범한 철공소가 수처리 시설 전문기업으로 변모한 것은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홍 대표가 1978년 철물공사업과 설비공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한국표준협회에 가입하면서부터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토목공사가 잇따라 발주됐고 수처리 수요가 쏟아졌다. 홍 대표는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것이 철공업이었기에 철공업의 특성을 살려 좀 더 특화한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경제가 성장할수록 수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은 자명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이 적중했다. ‘전문 수처리’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홍 대표는 전국을 발로 뛰며 관계자들을 만나 대형 사업을 따냈다. 한탄강댐, 소양강댐, 시화호 조력발전소 수문, 안동댐, 아산만 국가방조제 배수갑문,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토목 공사를 잇달아 따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수문인 가로 95.7m의 4대강 수문도 금전기업 작품이다. 토목업계에서는 대한민국 수문의 80%를 금전기업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창업 당시 82㎡(약 24평) 남짓의 재래식 지방 철공소에 불과했던 금전기업은 김제 본사와 군산공장을 포함해 8만2000㎡(약 2만4805평) 부지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직원 100여 명에 한때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금은 200억~300억원 규모지만 해외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 대형 개발사업이 줄자 홍 대표는 홍수·침수 방지 시설로 눈을 돌렸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처럼 지진에 의한 쓰나미 피해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홍수 대비 수요가 늘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9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일 침수 방지시설이 강원 삼척에 완공됐고, 이 시설의 수문도 금전기업이 제작했다. 높이 7.1m, 길이 50m, 두께 5m, 무게 511t. 도르래 형식의 권양기를 이용해 케이블로 수문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이다. 수문을 작동하면 3m의 파고도 막을 수 있다.

쓰나미·홍수 방지 수요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인구 1200만 명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지반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 때문에 장마철마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긴다. 금전기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주한 180t 규모의 댐 수문, 권양기 수주에도 성공했다.

홍 대표는 “창립 67년 만에 회사가 1000배 커졌지만 출발점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선친이 쓰던 재래식 설비를 공장에 비치해 놨다”며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한 승계 기준이 마련돼야 경쟁력을 갖춘 기술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제=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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