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수도 M&A에 '의무공개매수' 추진…"일반주주 보호"

입력 2022-12-21 16:08   수정 2022-12-21 16:09


상장기업의 주식을 주고받는 형태(주식양수도)로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질 때 일반주주의 지분도 함께 인수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추진된다. 그동안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대주주에게만 과도한 웃돈(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줬고, 일반주주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서서 일반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나선 것이다.

21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서울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엔 정부와 연구원, 학계와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금융위 "주주권익 보호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금융위는 이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발표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피인수회사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되는 인수회사가 제도 적용대상이다. 이때, 인수회사는 전체 주식의 50%에 1주를 더한 분량에 대해 공개매수청약 의무를 지게 되며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에 해당 주식을 구입해야 한다.

다만,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에 미달하면 청약물량만 매수해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규정했다. 예를 들어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 최대주주(지분율 30%)의 지분을 매입할 때, 10%의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인수회사는 최대주주지분과 공개매수물량을 합해 한 전체 40%의 물량만 매입하면 된다.

금융위는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1주를 초과하는 경우, 안분 계산해 인수회사가 매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피인수회사의 최대주주 지분 30%를 매입한 후 공개매수에 60%의 주식이 응한 경우, 60%를 3분의 1로 고르게 나눠 20%만 인수해도 해당 규정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인수회사가 총 50%+1주를 보유하기 때문이다. 인수자가 원하는 경우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전부를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외도 있다. 금융위측은 "기업 M&A 시장의 과도한 위축을 우려해 의무공개매수 물량을 일부 지분으로 제한했다"며 "구조조정 등을 위해 필요한 M&A는 예외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 등과 같이 산업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법률에서 부과된 의무에 따라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 예외로 둔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법 개정 이후 하위 법령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정과장은 "국내 M&A에서 주식양수도 방식이 대다수(84.3%)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권리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일반투자자 피해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돼 해당 제도 도입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현행 법상 합병이나 영업양수도 방식의 M&A는 주주총의 결의, 주식매수청구권 등 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우 경영권자가 바뀌는 건 타 유형과 같지만, 주주보호장치가 없어 일반주주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김 과장은 "유럽 사례를 보면, 의무공개매수제도에 피인수회사 주가를 약 8%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며 "제도 도입으로 불투명한 거래로 기업을 인수해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약탈적 기업인수 사례를 사전에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일반투자자 권리 보호를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은 명문화된 제도는 없지만 이사회가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에 충실하지 않을 경우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주주권익 보호라는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편법 거래가 발생할 우려와 법적 체계는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해외에선 대부분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도 국제적 정합성 측면에서 당연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5%가 기준이기 때문에 24.9%를 매입해 편법으로 M&A를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안 개정과 시행령 등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약탈적, 무자본 M&A가 발붙일 곳이 없게 장기적으로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럽은 의무공개매수, 미국은 회사법과 판례를 통해 일반주주 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도입돼 경영권 변동되는 주식양수도가 공개되면 주가에 즉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보가 불공정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금융 당국에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일반적으로 M&A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낮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라며 "규제 회피를 막기 위해 적용 범위를 넓히거나, 지분과 관계없이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경우도 의무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M&A 시장 위축될 수도" vs "주가정상화돼 시장 활성화"
토론 참가자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M&A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기업의 효율적 구조조정 및 우호적 경영권 거래를 포함한 M&A 시장 자체의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균형 있는 제도 도입을 위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영업양수도 방식의 M&A를 규정한 회사법의 경우 단체법 성질을 갖고 있기에 주총결의를 의무화 한 것"이라며 "주식양수도는 개인법적 영역인데, 단체법적 성격으로 판단해 규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해당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유럽에서 우리나라보다 M&A가 더 활발하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주가가 정상화돼 자금조달이 쉬워져 M&A 시장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편법 우려에 대해 "미국처럼 이사회 충실의무를 도입하고, 집단소송을 통해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편법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M&A 시장에선 매수 가격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차별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수회사가 피인수회사 주식 전체를 매수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엔 "제도 도입 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을 개정할 수 있다"고 황 연구위원은 말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번 제도는 꼭 필요한 경우를 위주로 계획됐다"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며 시장 자율성에 맡길지 제도를 강화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오늘 토론한 내용을 향후 법률안 마련시 반영해 국회 논의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 중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이 개정되면 시장 참가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1년 이상 부여할 방침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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