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선생에 쫄지 마라 그래봐야 지구다[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2-12-21 16:00  

이 기사는 12월 21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역시나 연말이 다가왔다. 원래 이맘 때면 휴가 계획도 세우고, 딜들도 좀 정리하고 그래야 하는데 올해는 너무 정신 없이 바빠서 연말 기분이 덜 난다. 그래도 연말은 연말이니까, 내년에는 또 뭐 먹고 살지, 회사는 어떻게 키울지, 살은 어떻게 뺄지, 머리는 어떻게 자를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데 연말 모임에 나가 보면, 주변의 흉흉한 소문(과 그리고 일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압도 되어서 이런 저런 넋두리를 하는 걸 종종 듣는다.

“중국이 저 지경인데 코로나는 진짜 끝나는 걸까? 2023년이 되면 세상이 바뀔 거야! 이제 그 무서운 R(Recession) 선생님이 온다구!! 이제 세계 평화는 물 건너갔어. 인플레의 노예가 되고 말거야!!”

코로나를 3년째 겪고, 평생 없을 것 같은 강대국 간의 전쟁 위기를 실제로 경험해보고, 올라간 기름값(팜유와 경유 모두), 게다가 더 올라간 내 소보로빵 값을 격하게 온몸으로 느끼다보면 이런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오잉? 착각이라고?

이런 호들갑들을 곰곰이 들어보면, 좀 안타까운 부분은 ‘폭망’의 시점이 어디냐, 그리고 그 원인을 어디서 찾느냐에 따라 상당히 결론이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투자라는 놈은 각자의 논리와 가정을 가지고 그것을 검증해보는 각자만의 (즐거운, 혹은 고통스러운) 기간을 거쳐야만 나오는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내가 데이트레이더라면 당장 오늘 점심 때 내가 산 주식에 벌어질 일이, 내가 사모펀드라면 망하지 않고 4~5년 경영하면서 내가 투자한 회사에 벌어질 일이, 내가 은퇴를 준비하는 연금 투자자라면 10~20년 동안 내 나라가, 그리고 지구가 망하지 않을 일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내”가 누구고, “내가 하는 투자”의 span이 얼마나 짧은지 (혹은 긴지)에 따라 투자 환경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럼 필자가 생각하는, R이 다가오는 2023년,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진짜 이전의 세상과 다를까? 이제 내년부터 다른 세상에 우리는 살게 되는 걸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오늘의 주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별거 없다 쫄지 마라! 그리고 상식에 충실해라!

2023년의 경제가 2018년의 경제보다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듯하다. 아니, 네이버나 구글 검색만 해 보아도, 모든 언론들이, 경제 예측 기관들이 R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금융 및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비슷하게 걱정하고 있다.

모호한 미래의 미래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단계 더 나아가 2024년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검색을 해봐도 뚜렷하게 나오는 것이 없다. (독자 여러분, 얼른 핸드폰을 꺼내서 네이버나 구글을 검색해 보시라!) 대부분은 뭐 2024년 봄쯤 되면 R이 끝날 것이다, 이자율은 2023년 하반기부터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정도. 그럼 (초라한) 검색 결과들을 정리해 보자.

1. 2023년은 대충 폭망할 것 같다.
2. 2024년 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것 같다.
3. 적어도 (필자는) 앞으로 40년은 더 살꺼 같다.

좀 감이 오시나, 내가 오늘 뭘 해야 할지? 물론 세상은 (끊임없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런 세상의 변화 중에서 필자는 만약 여러분이 “당장 내일”의 돈, “다음달 빚” 걱정이 아니라면, R선생이 온다고 대책없이 난리 법석을 떠는 대신 좀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더 중장기적인 트렌드에, 아니 그냥 상식에 집중하기를 기도한다. 여기서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상식, 혹은 초거대 트렌드를 정리해 보자.

1. 코로나는 결국 끝날 것이다.
<스페인 독감(1918년 2월~1920년 4월, 2년 이상), 홍콩 독감(1968년 7월 ~ 1969년 말, 2년 미만), 흑사병(1346년~1352년, 6년)>

2. 한국의 인구는 줄고 있다.
<2020년에 이미 피크를 쳤다!>

3. 노령화는 이제 전 세계적인 이슈다.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도 상당히 빨리 따라온다!>

4. 세계 경제는 여전히 (아주 잘) 성장하고 있다.

5. 앞으로의 세계 경제 성장은 아시아가 이끈다.
<2050년 예상 GDP를 보면, 중국 1등 (세계의 20%), 인도 2등 (세계의 15%), 인도네시아 4등, 일본 8등, 이 와중에 프랑스는 10위권 밖 탈락.>

6. 우리나라는 아시아에 있다!

물론 당장 다음달의 카드값, 담보 대출 상환이 급한 분은 여기서 필자의 칼럼을 읽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5년 이상 경제활동을 해야한다면, 혹은 10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맞든 틀리든) 준비를 해야한다면, 당장 내 눈 앞의 노이즈는 거르고 갈 수 있는 '깡'이 있어야한다.

이런 시점에서 필자는 지난 3개월 (챔피언이 되어서 줍줍할 주체들을 대상으로)과 앞으로 6개월(내가 줍줍할 수 있는 회사들을 대상으로)을 향후 3~5년 정도의 투자 사이클 상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3년 주기설, 5년 주기설, 7년 주기설 어쩌구 주기설 다 좋다. 투자에도 우리 인생처럼 굴곡이 있을 것이고, 그런 잔잔바리 굴곡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변하지 않는 미래의 큰 방향은 상식의 틀 안에 있다. 최근 감명깊게 본 넷플릭스 19금 명작 애니 '사이버펑크 2077'의 명대사처럼(극한 취향 죄송하다), 하루하루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모여 나를 만드는 것이다! 자, 다시 물어보겠다, R이 무서운가 아님 기대되는가?

필자도 이런 공포에 휩싸여 도대체 우째야 하나 걱정 속에서 일생의 투자 기회를 놓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필자의 폭망 사례를 들어보자.

때는 2008년 초, 필자가 글로벌 사모펀드 매니저의 부푼 꿈을 안고 홍콩으로 이직하게 됐다. 장기 출장으로 몇 달씩 일해본 적은 종종 있었는데, 아예 전셋집도 빼고 차도 팔고 한국을 떠나본 적은 유학생이었을 때를 제외하고 이른바 “찐” 소년 가장이 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근데 그 타이밍이 참 돌아보면 기가 막힌 시점이었던 게, 당시 이직을 했을 때가 그 이름도 거창한 Global Financial Crisis(GFC)가 시작해서 아시아를 강타할 무렵이었던 것이다. 홍콩으로 이직한지 몇 달도 안되어서, 친한 동네형들, 업계 동료들이 알량한 분홍색 봉투 하나를 받고 회사에서 출근 즉시 잘리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투자은행들은 한국에서 구조조정이 힘들 것 같으니 홍콩으로 우선 발령을 내놓고는, 막상 홍콩으로 옮긴 지 두 달도 안되어서 잘라버리는, 그래서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옮긴 젊은 뱅커들은 1년씩 계약한 집의 월세 돈도 못내게 되는, 정말 맨눈으로 보면 이런 지옥이 또 있을까 하던 시기였던 것이다.

게다가 그 다음 해인 2009년의 홍콩은 더 가관이었는데, GFC가 슬슬 잠잠해지나 싶은 시기가 오자마자 홍콩에서는 젊고 혈기왕성한 사람들이 더 취약한 “H1N1 Swine Flu”가 대유행하면서 사람들을 모두 패닉으로 한 번 더 몰아넣었다. 물론 지금 코로나와 비교해보면 정말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모든 사건들이 그러하듯 처음 겪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전염병이 홍콩 일대를 휩쓸자 온갖 흉흉한 소문이 다 돌았다. 거리의 상점들은 망해갔고, 집값은 폭락했고, 주식 시장은 쌍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야심차게 홍콩으로 옮겼지만 연달아 정신없는 일들을 겪으면서 필자는 ‘일단 아무 것도 하지말고 기다려보자’라는 대중의 심리에 편안하게 몸을 맡겼다. 해외 이직과 GFC 그리고 홍콩 독감으로 이어지는 2년간의 시간 동안 필자의 투자 일지는 암흑기였던 것이다. 설마 취직한 지 1년도 안돼서 잘리지는 않겠지 하면서.

그런데, 이 바닥을 살짝 지날 때쯤인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오가면서 투자를 하던 L 사모펀드의 X 이사가 사모실 근처로 놀러를 왔었다. 늘 그렇듯, 커피 한잔을 두고, 투자 아이디어와 수다를 섞어서 시간을 때우는데, 뭔가 이 친구는 엄청 바빠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뭐하느라 요즘 연락도 없었어? 회사에서 나가래? 아님 딜 급하게 돌아가는게 있어? 같이 좀 보자구~”

“당연히 엄청 바쁘지! 요즘 부동산 싼 게 얼마나 많이 나왔는데. 대출이 좀 빡빡해지긴 했지만, 일단 잡을 수 있으면 잡아야지! 이도 저도 아니면 이사라도 가든지, 인덱스라도 얼른 사놔!”

아닌 게 아니라 당시 내가 월세를 들어 살고 있던 홍콩집의 시세도 거의 40% 가량 폭락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골드만을 다니든 씨티를 다니든 아무리 유명한 투자은행의 고용 계약서를 내밀어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꺼리던 (“이쉐키 언제 잘릴지 모르잖아?”의 반응) 시절인지라 낯선 땅에서의 부동산 투자에는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하물며 삼성전자, KT&G 나 처다 보던 나의 알량한 주식투자 경험으로서는, 낯선 홍콩 상장사들, 게다가 금융회사들이 잔뜩 들어있는 인덱스에는 절대로 손이 닿질 않았다. 아, 젊은 날의 김태엽은 이렇게 부자가 될 기회를 신나게 말아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영원할 것만 같던 전염병도 2년이 채 안돼 끝났고, 40% 이상 폭락했던 홍콩의 부동산은 딱 1년 반 만에 원상복귀, 그로부터 2년 뒤엔 2배로 뛰었다. 통상 새집은 90~95%, 헌집은 85% 정도 레버리지를 해주던 당시의 홍콩 부동산 시장에서, 나의 친구 X이사는 1채 살 돈으로 5채인가를 사서, 딱 1년 만에 투자 원금의 5배, 그로부터 2년 뒤에는 투자 원금의 11배를 벌어제끼는 기염을 토했다. 일상은 놀랍도록 빨리 돌아왔고, 홍콩은 금방 다시 외국인과 중국 본토인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X이사와 함께 투자했던 A명품 회사의 실적도 불을 뿜었는데, 덕분에 투자한 지 4년도 안되어서 3배 이상 수익을 냈고 마카오의 모 재벌가 따님이 현찰로 딱 사가셨다.

IMF 때나 신용카드 사태가 났을 때는 너무 어려서 잘 몰랐다고 치고, 다 커서 게다가 투자를 업으로 하는 내가 이런 기회를 놓쳤다는 게 뒤돌아보면 너무 어이가 없다. 이 때 놓친 회사들을 보면 정말 투자 흑역사들의 퍼레이드인데, 예를 들어 화장품 섹터에 있었던 B기업의 경우 550억원 정도 가치에 인수를 검토하다가 결국 투심위(Investment Committee) 위원 중 한 명이 결사 반대하는 바람에 필자도 시무룩하게 접어버렸는데, 지금은 2조가 넘는 가치의 회사가 되었다. 맞다, 필자는 바보 멍충이인 것이다!

희대의 15금 명작 애니 암살교실(Assassination Class)에 따르면, 인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지?). 필자도 이런 저런 바보 짓들이 쌓여서 지금의 비교적 단단한 멘탈이 생겼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여러분은 최소한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뭐 그래도 하겠지?

그래서 잔뜩 쫄아있는 여러분께, 최근 필자가 이토록 불투명해 보이는 시장에서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따끈따근한 최신 투자 건들을 사례삼아 나눠보겠다. 제발, 이런 회사나 산업에 투자를 하시라는 게 아니고, 이렇게 어려운 시장에서도 아이디어 찾아서 정신줄을 놓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라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부디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시나리오 1: 코로나가 곧 끝나(는 척하)고, 소득과 저축이 늘어나고 있었던 아시아 사람들은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어디에라도 풀어야한다. 그런데 대출이자도 늘어나서 수영장 딸린 집을 사기도 어렵고, 홧김에 스포츠카를 지르기도 후달린다. 그런데 어디는 당장 좀 나갔다 와야겠다.근데 아직 비행기가 많이 없어서인지 비행기 값은 엄청 비싸다. 아 스트레스!

이런 시나리오 하에서 필자는 향후 2년 내 중국인들의 대규모 근거리 해외 여행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제일 갈 만한 여행지는 하이난, 홍콩, 마카오, 대만, 한국, 일본, 하와이, 태국, 베트남 정도일텐데, 반대로 이런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일 것으로 판단했다. 엔저효과로 인해 일본 여행의 장벽은 휠씬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인해(세상에, 내가 일본의 인건비가 낮다고 글을 쓸줄은 몰랐다! 어, 세상이 진짜 변했네?!?!)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른바, 구라파형 경제로 바뀌어가고 있는 일본은, 관광산업이 전체 GDP의 7.5% 가량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 되었고(참고로 우리나라는 아직 5%가 안된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국가가 중국이다. 참고로 중국인 중 일본에 가본 사람은 아직 1% 이하이다!!

그럼, 여행이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행동일까? 내 생각은 매우매우매우 그렇다. 내가 소득이 늘면 더 집에 처박혀 있어야지 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에 더 가깝다! 이런 신념 하에 필자의 회사는 최근 적자를 철철 내고 있는 일본 시내 면세점 1위 회사에 겁대가리 없이 투자를 했다. 결과는 장담 못하지만, 적어도 근거리 해외 여행은 자동차 산업, 화학산업이나 조선업처럼 인프라 구축이나 벨류체인에 대한 선투자 없이도 당장 코로나 여행제한만 풀리면 바로 정상화될 수 있는 ‘상식적인’ 행동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2019년도에 투자해두었던 인도의 1위 여행 플렛폼 회사의 실적도 요즘 우주로 날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제발 그 바람이 중국까지 불어야할텐데!

시나리오 2: 한국 (그리고 주변국의) 노동인구 대비 노령 인구의 비중이 계속 늘어서 서비스 및 생산인력의 자동화가 불가피하다. 사람 구하기가 힘든 건 식당이나 공장이나 연구소 모두 비슷하다. 그래서 결국 단순 노동(연산 및 서비스 포함)의 자동화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내가 필요한 건 로봇이 가져다줬음 좋겠는데, 그런 단순한 작업 로봇들은 프린터기나 전기 오토바이처럼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경쟁이 장땡이고, 부품들은 죄다 중국산인 것 같다. 그럼 결국 자동화 설비나 연산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 같은 고부가 부품의 생산이 우리나라 기업이 갈 길인 듯한데, 여기에 TSMC가 떡하니 진을 치고 있다. 그치만 '가오'가 있지, 삼성이나 SK가 TSMC한테 쉽게 GG를 날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을 쳐다보니 중국산 반도체를 쉽게 용납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이제는 차도 자기 맘대로 운전한다고 하고, 드론도 더 많이 날이다닐 것 같고, 절대로 안 야한 동영상을 많이 보다보니 서버 용량이 모자라서 클라우드로 더 많이 연결해서 쓸 것 같다. 결국 반도체의 기술/생산 전쟁은 이제부터가 찐 시작인가??

반도체 산업은 비교적 보기 쉬운(것 같은) 사이클로 움직이고 있지만, 가격이 출렁거리는 동안 실제 생산량과 생산 capacity,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생산 capex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조선업이나 철강업과는 달리, 매번 세대가 달라지고 기술이 고도화될 때마다 그에 맞는 주요설비들을 다시 구축해야하는 만큼, 정말 생산 단계에서의 투입 비용과 관련한 산업들은 반도체 판매가격의 출렁임과는 별도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세우고 필자의 회사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제품, capex 및 소모품 벨류체인에 투자들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처럼 반도체 패권을 홀라당 놓기에는, 한국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아니 놓을 수 없다. 그렇게 믿고 가는 다음 10년 사이클을 필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물론 한국 반도체가 중국에 밀리느니, 대만에 밀리느니, 미국이 다시 들어오느니 여러 우려가 많다. 우려가 많은 건 좋은 것이다. 이런 도전 요소가 있어야 투자를 하게 된다. 내가 만년 1등이고 앞으로 영원히 1등이라면 기술 개발이나 capa 확장에 과연 얼마나 투자를 하겠는가?(상상 해보자. 내가 제일 사랑하는 소스인 타바스코의 오너라고 치자(아 행복해). 과연 나는 그 때도 R&D에 매출의 20%를 쏟아 붓고 신도시를 만들어 공장을 고도화할까???)

이런 시나리오를 몇 개나 짤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런 시나리오를 읽어낼 수 있는지는 본인의 멘탈과 공부 수준에 달려있다.

본인이 처해 있는, 그리고 종사하고 있는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황이건, 인플레이션이건, 전쟁이건 뭐가 와도 절대 변하지 않는 메가 트랜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내가 지금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사업 혹은 투자가 이런 메가 트렌드에 맞는 것인지 판단해보면 투자의 방향을 좀 더 명확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쫄 필요 없다. 투자는 ‘상식’의 영역 안에 있다.

자 그럼 슬슬 끝내는 마당에 내가 있는 사업, 내가 관심 있는 사업에 미래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과 같은 아주 tight한 금융 환경은 이에 대한 ‘상식적인’ 해답을 아주 명확하게 준다. 꼼수를 내보자.

미래 전망에 대한 평가 기준

1. 성장성이 유지되는가?

단순히 불황이 온다고 바로 빠지는 매출, 푹 꺾이는 성장세라면, 근원적 수요라기보다는 ‘유행’이 아니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불황에도 명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백화점들(특히 S백화점의 실적은 감동적이다! ? 이 와중에 4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반면 PER은 겸손하기 그지 없는 5.8배라니!!!!!)의 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 우후죽순처럼 활황을 누렸던 라이브커머스 기업들이 최근 매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라이브커머스라는 구매 행동이 ‘유행’일지 ‘근원적인 행동의 변화’일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성을 던져준다. 시장이 핫할 때는 우르르 올라갔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위너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2. 마진 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가?

최근 환율이 십 수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하고 물 건너 나라 전쟁 때문에 원자재 물가도 널을 뛰면서 많은 기업들의 마진 구조가 망가진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특A++급 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비용을 고스라니 고객에게 전도할 만큼 서비스나 제품의 경쟁력, 브랜드의 힘이 크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럼 그럭저럭 괜찮은 A급이나 B++급인데, 남들처럼 마진이 빠진 회사들이라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이때는 그 마진의 유동성이 얼마나 영속적일지, 아니면 반대로 휘발성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수입 원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원가 상승분에 대한 판가 이전에 시간이 좀 걸리는 사업 특성을 갖는다면 (B2B 사업, 그중에서도 화학산업의 경우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지금의 마진 하락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런 회사들이 마진 하락기를 잘 견뎌낸다면 그 비용구조를 한 번 더 개선해서 다음 사이클에서 이익율을 훨씬 더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기업들을 만날 때면 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이나 매출 상승이 유지되는지를 살펴본다. 왜냐면 수입원가나 원재료 가격 스윙에 따라 이익과 손실의 출렁임이 클수록 작은 경쟁사들은 그 잔잔바리 사이클을 못버티고 망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이도가 좀 있지만 이런 사이클을 주는 회사는 때때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예를 들어 K화학 같은 경우, 올 1분기를 피크로 마진과 성장세가 모두 툭 꺾여버렸지만 여전히 10%선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고(물론 더 빠질 것이겠지만), 벨류에이션은 너무너무도 겸손한 PER 3.9배를 기록 중이다! 음, 2023년 이후 미래가 완전히 달라져서 우리 인류는 더이상 고무장갑을 안 끼고 나무로 만든 마차를 타고 다닌다면, 이런 회사는 절대 투자하면 안되겠지만 말이다!)
그럼 제일 곤란한, 그래서 누구도 지금은 이야기하기 싫은 이야기를 콕 짚어보자. 만약 이익도 팍 줄었고, 성장도 지금은 멈춰버린 기술기업이라면? 음, 역시 난이도가 높지?

이런 기업을 바라보는 필자의 눈은 좀 편향돼있다. 그러니 여러분은 적당히 걸러서 듣기 바란다. 또, 사실 너무 사례가 많아서 이 건은 그냥 좀 두루뭉술하게 쓰겠다. 이 글을 읽다가 본인이라고 혹시나 생각하고 앞으로 내 인스타를 언팔하겠다는 창업주분들은, 노여움을 풀고 연락을 주시라. 죄없는 인스타가 무슨 잘못인가!

이른바 cash burn을 기본으로 하고, 돈을 써가며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계획을 시전 중인 회사들을 혹시나 독자분들이 투자하셨거나, 혹은 직장으로서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면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 해보길 바란다.

A. 앞으로 12~18개월 동안 버틸 수 있는 자금 계획이 마련되어 있는가?
B. 회사가 필요한 rescue financing을 제공할 수 있을 수도 있는, 우호적인 기관 주주들이 있는가?
C. 현재 사업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려는 시도가 있는가?

만약 셋 중에 둘 이상이 yes가 아니면, 불행히도 여러분의 미래는 잔잔바리 파도를 뚫고 갈 만큼 밝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특히 이중에서 “B”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데, 그 이유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같이 뛰어주는 주주들을 그 창업주와 경영진들이 꾸준히 챙겨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호적인 주주 구성, 특히 기관 주주 구성은 그 경영진에 대한 실력을 방증하는 기준이 되는데,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사업 모델은 벤처 혹은 기술기업의 특성상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수 있다고 한 수 접더라도, 이외 사업에서 너무너무나 중요한 (i) 거버넌스와 (ii) 리더십이라는 경영의 핵심 역량에서 지금 경영진이 얼마나 점수를 받고 있는지 이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똘똘하고, 투명하고, 리더십 있는 유연한 경영진이 이끌고 있다면, 그리고 주주들이 이 경영진을 충분이 믿어왔다면, 장기 기관 투자자들은 쉽게 손절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진짜 A급이 될 수 있는 경영진이라면 이런 어려운 시기를 장기적인 사업 모델의 합리성, 즉, C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우리 모두 이제는 책을 통해서건 유튜브를 통해서건, 아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건 잘 알텐데, 애플이건, 아마존이건, 디즈니건, 스타벅스건, 삼성전자이건, LG전자이건 모두 이런 초 위기의 시기를 겪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쫄지 않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요즘 팔자에 없는 방송도 해보고 연말 행사도 많아져서 좀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벌써 9장을 넘어가고 있다. 아마 필자도 잔소리, 쓸 데 없는 걱정이 많아질 나이가 되었나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포트폴리오 걱정, 동네 후배네 회사 걱정, 내 머리 파마 걱정, 스타벅스 앞 눈길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다니. 그래도 사랑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여러분! 필자가 부탁하건대, 제발 한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고 ‘상식’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기회를 찾아보자. 쫄지 마셔라, 그래봐야 지구다. 앞으로 2년도 안되어서 없어질지도 모르는 “R선생”에게도 통하는 전략을 세우자. 공부를 하자. 이도저도 어려우면, 다 접고 인도나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을 쳐다보시라. 그것도 어렵다고? 아니 그럼 그냥 전문가에게 맡기고 연말 동남아 휴가 계획이나 세워보셔라.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고 인플레의 위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기회의 땅에서 견문을 넓히고 오셔라. 발 맛사지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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