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자율주행차, 그 머나먼 여정

입력 2022-12-21 17:30   수정 2022-12-22 00:20

얼마 전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실토한 것은 한국 산업계가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일이다. 비슷한 시기 애플카 출시가 미뤄졌다는 블룸버그 보도도 마찬가지. “애플 경영진은 핸들과 페달 없이 완전자율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현재의 기술력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직 자율주행 생태계를 꾸리지 못한 우리로선 다소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 길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본다.

테슬라와 애플은 자율주행 부문의 반도체칩 설계와 AI 소프트웨어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자율주행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코너 케이스’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AI엔 무척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코너 케이스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고속도로의 정해진 구간을 중속으로 운행하는 버스나 트럭, 통신과 센싱 기술이 최적화된 스마트시티 등에선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일반 도로나 시속 100㎞ 이상의 고속 상황에선 코너 케이스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사고 가능성이 0.01%에 불과할지라도, 인간보다 평균적 안전도가 훨씬 높다 하더라도, AI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 수준을 요구한다. ‘완전’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결점적 무게와 약속 때문이다.

AI의 오류는 인식-판단-제어라는 프로세스가 컴퓨터나 인간과 다르게 작동하는 데서 비롯된다. CPU(중앙처리장치)가 어렵고 복잡한 계산과 추론을 빠른 속도로 내놓는 데 비해 AI는 최종 판단을 위해 단순하고 낮은 수준의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대용량으로 전개하는 알고리즘적 특성을 갖고 있다. 사람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동작도 AI는 동작을 구성하는 무수한 단면을 쪼개고 쪼개서 분석한다. 이런 특성이 코너 케이스를 극복하기엔 아직 미흡하고, 앞으로도 몇 년이 지나야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장벽이 높아질수록 승자독식 기회는 커진다. 모든 업체가 사업을 접지 않는 이상에야 완전자율주행 시대는 반드시 열릴 것이다. 그 시대는 1920~1930년대를 풍미한 자동차 대중화와는 정반대 흐름을 예고한다. 우선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다. 언제 어디서든 무인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승차공유를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차를 살 이유가 없다. 이것은 기존 자동차업체에 궤멸적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다. 차량이 줄어들면 도로를 계속 건설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들이 한산한 시간대를 다니면서 도로 이용 효율을 훨씬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대한 변화가 10년 뒤에 나타날지라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회와 위기요인이 동시에 교차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고 원천기술도 약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와 디자인, 통신과 전장부품 경쟁력이 강하다. 배터리를 제외하더라도 LG전자 계열이 수주한 전장 부품만 100조원에 이른다. 자율주행 국가대표인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앱티브, 오로라,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일찌감치 손을 잡았다. 자율주행 기반의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위해 슈퍼널이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사업 전개가 빠르고 포트폴리오도 훌륭하다. 반면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는 여전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고 있다. 전 단계인 전기차로의 전환은 노조가 걸림돌이다. 엔비디아가 석권한 자율주행 칩 시장은 삼성전자조차 난공불락이다. 국내 기술력을 떠받치는 스타트업에는 돈이 말라가고 있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대륙을 발판삼아 엄청난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안전사고가 나도 중단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승자독식의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선두그룹 합류는 불가능하지 않다. 자율주행 시장에 완성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센서 카메라 레이다 라이더 등의 핵심 부품과 정비 충전 후방관제 등에서 큰 시장이 열릴 서비스 사업도 있다. 애플 스마트폰이 한국산 부품으로 작동하듯이 전 세계 자율주행차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기대를 해본다. 특정 기업 등을 떠밀어 해결할 상황이 아니다. 국내 모든 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강점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과 국민적 응원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이제야 그 험난한 여정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인류의 꿈을 향한 진격에 대한민국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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