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차출·수도권 당심 변수까지…복잡해진 與 전대 시나리오 [양길성의 여의도줌인]

입력 2022-12-22 15:09   수정 2022-12-22 15:58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당권주자 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원 투표 100%, 결선투표 도입으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향방이 최대 관건이 된 가운데, 당 안팎에선 ‘장관 차출’과 친윤계 주자 간 교통정리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새 당대표가 차기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당심’이 중도층·수도권 확장성을 갖춘 인물로 모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 언제 어떻게 진행되나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날짜로 내년 3월8일 또는 10일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당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3월12일 안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전대 규칙은 이번주 사실상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 투표 100%’로 뽑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3일 열릴 전국위원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당대표의 2가지 조건
이번 전대에서 여론조사 30%라는 변수가 사라지면서 ‘윤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는 당협위원장이 모아 온 ‘조직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나 다음 총선 유력 후보가 맡기 때문에 대통령 의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윤심은 어떤 당대표로 향할까. 정치권에선 두 가지 조건이 거론된다.

우선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대통령과 원활하게 소통할 인물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이면서 당내 기반을 갖춘 인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당내에선 김기현 권성동 의원이 적합 주자로 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차기 당 대표는 용산과 물밑 조율을 거쳐 차기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윤심을 잘 읽는 인물이 차기 당대표의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한 초선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인물이 당대표가 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조건으로는 수도권과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인물이 꼽힌다. 2024년 4월 치러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 차기 총선에서 여권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게 된다.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중도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당권 주자 중 두 조건을 모두 갖춘 인물이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김기현 권성동 의원은 친윤계 주자지만, 대중 인지도가 낮은 게 약점이다. 인지도를 갖춘 안철수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하고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한 초선의원은 “아직까지 윤심이 특정 후보에게 향해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장관 차출설은 왜 나오나
'장관 차출설'이 거론되는 것도 이처럼 확실한 당권주자가 없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정치권에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 국정 쇄신 차원에서 부분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때 국무위원 일부를 당대표 선거에 차출할 것이란 얘기다. 대상으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론된다. 친윤계면서 서울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두 장관은 대선 캠프부터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 권 장관은 지난해 7월 당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 입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캠프에선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지휘했다. 이어 인수위 부위원장을 거쳐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았다. 원 장관은 캠프에서 정책본부장, 인수위에서 기획위원장을 맡았다. ‘대장동 1타 강사’, 제주지사 활동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당권 도전의 걸림돌도 적지 않다. 용산을 지역구로 둔 권 장관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공천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 장관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만큼 섣불리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원 장관은 당대표가 되더라도 차기 총선에서 지면 정치적 입지의 타격이 불가피하고, 당대표 신분인 만큼 험지에 출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는 만큼 장관직을 더 수행하다가 2024년 총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두 장관은 현재까지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장관 차출’ 카드가 선택지에서 사라지면, 윤심은 수도권 확장성이 부족하더라도 친윤계이면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인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국정운영 동력이 확보되고, 이에 따라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총선 과반 승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정 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가 대통령 지지율만 잘 나오면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친윤계 주자의 당선만 보장된다면 윤심이 특정 친윤계 후보로 쏠리지 않고, 결국 교통정리 없이 당권 주자끼리 자력으로 맞붙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심-당심 불일치가 변수
최근 당 안팎에선 윤심과 당심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표의 성격이 다양한 20~40대, 수도권 당원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책임 당원은 지난 8월 기준 78만명이다. 작년 6월과 비교해 3배가량 늘었다. 이중 20~40대 비중은 27.4%에서 33%로 불어났다. 수도권은 29.6%에서 37%로 증가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당대표는 윤심이 아니라 당심이 결정한다”며 “당협위원장의 ‘조직표’가 아닌 일반 책임당원의 표심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인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차기 당대표 선호도는 나경원 전 의원이 26.5%로 1위다. 이어 안철수 15.3%, 유승민 13.6%, 김기현 10.3%, 주호영 9.4%, 황교안 5.3%, 권성동 4.3%, 조경태 1.7%, 윤상현 1.1% 순이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선투표제는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 미만일 때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제도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윤계 주자가 2등 안에만 들어서 비윤계 후보와 1대1대로 맞붙는 상황이 되면, 윤심을 얻은 친윤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초선의원은 “친윤계 후보가 2명 이상 나오면 안철수, 유승민 의원과 맞붙어 패배할 가능성이 있기에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거론되는 친윤 주자들은 안 의원과 1대1로 붙어서 반드시 이긴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후보들”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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