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의 묘미…크리스마스 마켓

입력 2022-12-22 17:24   수정 2022-12-23 02:41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오스트리아 빈(Wien)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937편에서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자 모두 설레는 모습으로 짐을 챙겼다. 13시간에 이르는 비행시간도 유럽 최고의 문화예술 도시와 만난다는 기대감을 꺾을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크리스마스 시즌.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걸작들의 거점’ 빈에 유럽 3대 크리스마스 마켓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빈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축제 빈 크리스마스 마켓의 기원은 1296년이다. 알브레히트 황제는 서민들이 한겨울에도 생필품 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장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해마다 11월 중순이면 노점을 열고 크리스마스 물품을 비롯해 먹거리와 수공예품 등을 사고팔았다. 지금은 시청 앞에서만 150여 개 상점이 문을 연다. 주말이면 지역 합창단이 캐럴을 노래하며 감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김이 폴폴 나는 머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머그잔 속에는 꼭 한번 따라 마셔볼 만한 음료가 들어 있다. 글뤼바인과 푼쉬(Punsch)로 대표되는 겨울 음료다. 간단히 말해서 글뤼바인은 레드와인, 푼쉬는 럼을 끓인 것이다. 오렌지 등 함께 끓이는 재료 가운데 설탕이 들어가 달콤하다. 알코올 없이 만들어주기도 한다. 음료는 보통 4유로 안팎이다. 머그잔을 반납하면 3유로 정도의 보증금을 받는데 찻집마다 디자인이 달라 컵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구시가지 광장에서도 마켓이 열리는데 시청에서 20여분을 걸으면 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다 여유가 생기면 빈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슈테판 대성당을 들러봐도 좋다. 12세기에 지어져 도시의 흥망성쇠를 빠짐없이 지켜본 최고(最古) 성당에 ‘빈의 영혼’이란 애칭이 붙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39m에 이르는 천장이 인상적이다. 벽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섬세하게 장식한 고딕 양식도 눈을 사로잡는다. 때마침 거행된 미사에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흘러나오면 거룩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슈테판 대성당 전망대에 오르는 방법은 68m 높이의 북탑과 137m 높이의 남탑 두 가지다. 북탑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남탑은 343개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두 개의 탑에 모두 올라보니 북탑이 매력적이었다. 편리하기도 할뿐더러 전망대의 실제 높이가 17m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아서다. 더군다나 남탑 전망대는 실내에, 북탑 전망대는 야외에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전망대에 오르면 23만여 개의 금색과 청색 타일로 이뤄진 화려한 지붕이 양탄자처럼 펼쳐진다. 겨울을 기준으로 일몰 무렵인 오후 4시 탑에 올라 전망대 폐장 시간인 오후 5시30분까지 머무르면 시시각각 변하는 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 투어의 종착지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된 벨베데레 궁전. 낮엔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로 진지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밤이 되면 야시장을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인다. 상궁 뒤편 정원을 크게 돌아 걸으면 거울처럼 깨끗한 호수에 그대로 투영된 상궁과 화려한 야간 조명을 감상할 수 있다.

빈·잘츠부르크=박소윤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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