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뜨면 세계서 뜬다…伊기업이 韓시장 중시하는 이유죠"

입력 2022-12-25 18:03   수정 2022-12-26 00:34


“한국에서 뜬다 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니까 이탈리아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중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한국을 ‘소프트파워 강국’이라고 했다. 한류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한류로 인해 이탈리아와 한국의 교역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탈리아에 한국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는 “한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일본보다 작지만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 교역량은 일본과 이탈리아 간 교역량의 90%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한남동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만난 파일라 대사는 인터뷰 내내 전통과 혁신을 강조했다. 전통이 깊고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이탈리아는 닮은꼴이라고 했다. ‘미식’과 ‘멋’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경쟁력의 원천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에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꿈이 외교관이었나. 주로 아시아에서 근무했다.

“이탈리아 남자아이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도 어렸을 땐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기자를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다 여러 나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외교관이 되기로 했다. 제일 처음 발령받은 곳은 홍콩이다. 이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거쳤다. 특히 중국은 변혁기에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한국 생활은 어떤가.

“한국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서울은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갖고 있는 (교통 체증, 높은 범죄율 등) 일반적인 문제들이 비교적 덜해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쉬는 날엔 미술관, 박물관 등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고 맛집을 탐방한다. 흥미로운 전시가 늘어나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등 파인 다이닝이 많이 생겨나 찾아다니고 있다.”

▷이탈리아는 음식과 패션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패션사업 경쟁력이 강한 요인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이란 전통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디자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제품 소재 측면에서도 창의성을 추구한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피혁을 직물로 다루고 연구개발한 국가가 이탈리아다. 그 누구도 가죽으로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제품까지 가죽으로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인에겐 식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음식을 육체와 영혼의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이탈리아인이 많다. 이탈리아 음식은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조리 과정이 짧다. 재료 고유의 순수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걸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자가 요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없다. 부부의 경우 먼저 퇴근한 사람이 요리한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매년 미식 행사를 연다.

“매년 11월 셋째주는 이탈리아 미식 주간의 달이다. 전 세계에서 행사를 연다. 최근엔 이탈리아 음식이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속 가능성도 강조한다. 작물 재배, 가축 사육 등에 화학비료를 덜 쓰고 식자재 자원을 지나치게 고갈하지 않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음식, 디자인 외에 이탈리아의 강점을 소개해달라. 한국과 협업 가능한 분야는.

“이탈리아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다. 러시아, 미국 다음으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띄웠다. 자동차산업 경쟁력은 탁월하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는 모두 이탈리아 명품 자동차 브랜드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성능도 뛰어나다.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문화유산 복원, 보존 강국이기도 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인공위성 기술 등을 적용해 오래된 문화유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 관리, 보존하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한국 정부와 5년 전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협업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선 새 정권이 들어섰다.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려던 차에 전쟁이 터져 유럽인의 삶과 경제에 타격이 크다. 하지만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묵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관했다가 언제든 ‘제2의 우크라이나’가 나올 수 있다. 최근 탄생한 조르자 멜로니 내각은 극우 정권이 아니다. 3개 정당의 연합정부로 중도우파라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도 러시아 전쟁 등 모든 이슈에 대해 유럽연합(EU)과 공식 입장을 공유할 것이다.”

■ 페데리코 파일라 대사는

△1961년 5월 6일 출생
△1988~1992년 주홍콩 부총영사
△1992~1995년 주인도 대사관 경제상무담당 참사
△1997~1998년 외무부 경제국 비EU국가 관계과 아시아·중남미·중동 담당
△1998~2002년 중국 광저우 주재 총영사
△2011~2015년 주인도네시아 대사
△2019년 3월 1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김리안/전설리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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