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초입이라고 한다. 이미 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과 함께 금융부문에서 곧바로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166년 전통의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은행(CSFB)이 고위험 투자에 나섰다가 중동 펀드에 팔리는 신세가 됐고, 암호화폐업계 ‘빅가이’ FTX는 4조원 넘는 피해를 남기고 파산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 영국 최대 은행 베어링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가 쓰러졌던 때의 데자뷔다. 실제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블룸버그통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헤지펀드 앨리엇매니지먼트) 등의 경고가 잇따른다.위기 대응 시스템도 전과 다르다. 이전 두 차례 위기 때는 국제 공조가 가능했다. 그나마 여력들이 있던 때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확연히 달라졌다. 미국은 ‘인플레 수출’ 비난에도 금리 가속 페달을 멈추지 않았고,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든 영국 국채시장 사태 때도 ‘오불관언’이었다. 필요할 때는 가치동맹, 전략적 동반자이지만 힘들 때는 각자도생인 새 판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은 그야말로 대양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로 진입한 지 오래다. 여러 리스크 중 핵심 뇌관은 부동산이다. 가계 대출의 67%, 가계 자산의 74%가 부동산 관련이다. 부동산 시장 위기가 곧바로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한 거래절벽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1998년 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이런 때 낙하산 인사라니 뜬금없고 가당찮다. 국책·시중 금융기관장에 정권과 가까운 ‘올드 보이’들이 내정됐거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중엔 현직을 떠난 지 오래된 70세 이상 고령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부적격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교체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에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더구나 오랜 관치금융에 한국의 금융서비스 국제 경쟁력은 전 세계 63개국 중 47위로 ‘과락’ 수준이다. 이제 바꿔볼 때도 됐다. 시장 주도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그 경험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낙하산 논란과 노조 반대, 그리고 적당한 타협이라는 시대착오적 쇼를 봐야 하나. 더구나 새 정부는 시장 자율, 민간 주도 성장을 모토로 내걸지 않았나. 낡은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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