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 번의 세계화 물결이 있었다. 세계화 1.0은 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촉발됐다. 철도, 증기선, 전기 케이블 발명 후 세계 무역이 급증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세계화 1.0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미국 주도의 세계화 2.0이 도래했다. 이후 냉전 종식과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거치면서 세계화는 절정(세계화 3.0)을 맞았다. 자유무역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기업들은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 값싼 노동력과 낮은 세금을 좇아 세계 어디든 공장을 지었다. 문자 그대로 ‘글로벌 공급망’이 탄생했고, 이는 세계적인 무역 확장과 저물가, 고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세계화 3.0은 위기를 맞았다. 공장이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사라진 선진국에서 불만이 누적됐다. 특히 ‘세계의 공장’이자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미국의 ‘주적’이 됐다. 이민 급증으로 선진국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민족주의가 발호했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탈세계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구매)’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며 탈세계화를 가속화했다. 하워드 막스 미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이제 기업들은 가장 싸고 쉬운 공급망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것”이라며 세계화의 종식을 전망했다.
세계화의 쇠퇴가 ‘국가 간 협력의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세계화, 동맹 진영 간 블록화를 가속화하는 만큼 한국도 이런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세계화에서 로컬화로 급속히 전환하는 시기인 만큼 기업들은 빠른 현지 진출을 생존전략으로 택해야 한다”며 “탈세계화 시대일수록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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