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땅만 소유하면 끝, 로봇이 농사 짓는다

입력 2023-01-06 07:30  


 -자율주행 농기계로 인간 역할 완전 배제

 1804년 미국 버몬트주에서 태어난 존 디어(John Deere)는 젊은 시절 농사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이로 이름을 드높였다. 그러던 중 대규모 농장이 많은 일리노이의 농부들이 거친 토양 탓에 쟁기가 쉽게 손상되는 것을 보고 강하게 튼튼한 도구를 만들었는데 당연히 크게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1841년까지 디어는 연간 100개의 쟁기를 만들어 공급했고 이후 내연기관 트랙터 등을 개발하며 기계 농업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현재도 미국 내 농장이 밀집된 중서부 지역의 시골 가정의 차고지에는 엄청난 크기의 콤바인, 트랙터 등에 '존 디어' 상표가 붙어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일리노이 지역의 옥수수와 대두 농장 가정을 방문했을 때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흥미롭다. 우리와 달리 대규모 평원 농사를 짓는 미국의 시골에선 사람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기계 운전자일 뿐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농사는 4명 정도면 충분하다. 당시 농장에서 만난 부부의 얘기는 지금도 머리에 선명하다. 부부만 거주하지만 파종 때가 되면 도시에 나간 자녀들이 주말에 찾아와 파종 기계를 운전하는데 2~3일이면 엄청나게 넓은 땅도 모두 파종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그리고 약품 투여 등 필요한 관리는 드론이나 항공기를 요청해 해결하고 수확 때도 자녀들이 찾아와 기계를 운전해준다고 말이다. 그러니 연로한 부부라도 농사 짓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저 유일한 걱정이라면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기후밖에 없는 셈이다.  

 그런데 존 디어 농기계 회사가 이제는 자녀들의 도움마저 없앨 것이라고 확언한다. CES2023에서 존 메이 CEO는 GPS, 카메라, AI 등을 넣은 자율주행 트랙터에 공개하며 농사 과정에서 인간이 힘들어했던 역할 자체를 완전히 로봇에게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농장의 경우 장애물이 거의 없어 도심 자율주행처럼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고 그에 따라 예측력 또한 매우 까다로운 고도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른바 최소 노동력만 필요한데 디어는 그마저도 완전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경우 농장주는 땅만 소유할 뿐 농사는 기계가 대신하며 품종과 성장률 등도 로봇이 분석해 모든 것을 추천해 준다. 사람이 굳이 농장에 가지 않아도 기계가 농사를 지어주기에 농부는 보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면 된다.  

 덕분에 존 디어 자율주행 트랙터는 2023 CES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그것도 '자동차 및 첨단 모빌리티 기술' 부문에서 선정됐다. 원초적으로 사람의 일손이 필요한 작물 재배 과정에서 사람 역할을 줄이거나 없앤 것 자체가 혁신이자 미래 인간 가치를 위한 기술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CES 주최측도 역사상 농기계 기업이 혁신상을 수상한 사례는 존 디어가 처음이라며 이들의 잠재적 노력을 치켜세웠다. 

 키노트 발표에서도 존 메이 CEO의 생각은 견고했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농부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역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지능에 기반한 관리로 작물의 수확량을 늘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물론 이런 농업기계의 자율화 움직임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경운기를 주력으로 만들어왔던 대동그룹은 올해 자율주행 3단계의 트랙터와 콤바인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 2025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자율주행 잔디깎기, 자율주행 골프카트 등 사람의 조종 조종 역할을 최대한 기계에 맡기도록 한다는 포부를 내놨다. 노령화되는 국내 농업 종사자를 고려할 때 자율 지능 농기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내 농업은 후퇴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게다가 농업에 종사하려는 젊은 인구도 줄어드는 만큼 지능이 탑재된 농기계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율주행은 여객용도, 물류용도 아닌 농업 부문의 상용화가 가장 먼저 이뤄지는 중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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