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전'의 부활…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8t 달 착륙선 쏜다

입력 2023-01-05 17:28   수정 2023-01-13 19:12


신기전(神機箭). ‘귀신 같은 기계 화살’이라는 뜻의 고려 말 조선 초에 개발된 로켓형 무기다.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 또는 종이 재질의 원통에 화약을 채워 넣은 뒤 불을 붙여 추진력을 얻는다. 지난달 30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실시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실험으로 전국에선 ‘황혼현상’이 관측됐다. 로켓 배기가스가 햇빛에 반사되며 다양한 색을 띠었다. 신기전으로 화약 무기의 지평을 넓힌 한국이 이제 같은 원리를 이용해 우주 시대를 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방안보와 우주항공 분야에서 의미가 깊은 고체연료 로켓에 대해 살펴봤다.
고체연료, 늘어난 탑재중량도 거뜬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KSLV-3)에 두 개의 고체연료 로켓을 부스터로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단 액체연료 로켓으로 구성되는 차세대 발사체는 고도 500㎞ 궤도에 무게 7t의 다목적 실용위성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달 착륙선은 1.8t, 화성 탐사선은 1t이 목표다.

차세대 발사체에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 두 개를 장착하면 탑재 성능이 크게 높아진다. 항우연 발사체사업단 핵심 관계자는 “달 착륙선을 기준으로 할 경우 탑재 중량이 최대 3.8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로켓은 크게 고체연료 추진 방식과 액체연료 추진 방식으로 구분된다. 고체연료 로켓은 연소 속도는 빠르지만 폭발하지 않는 고체연료를 태워 추력을 얻는다. 화염과 배기가스가 분출되는 노즐의 방향과 크기를 조절해 추력을 제어한다. 다이너마이트의 원료로 쓰이는 니트로글리세린 등을 연료로 한다. 산화제로는 질산암모늄 등이 분말 형태로 사용된다. 액체연료 로켓은 흔히 등유로 알려진 케로신을 연료로 쓴다.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한다.

고체연료 로켓은 구조가 간단하고 제작 비용이 적게 든다.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보관할 수 있고 지상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탄도미사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에 한국의 고체연료 로켓 연구는 ‘한·미 미사일 사거리 협정’의 제약을 받았다.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은 개발도 보유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지침에 따라 1990년대 제작된 1단 고체연료 로켓 ‘KSR-1’과 2단 고체연료 로켓 ‘KSR-2’는 비행거리가 각 101㎞와 124㎞에 그쳤다.
MRBM·저궤도 군사위성 가능해져

2021년 5월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완전 폐지로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연료, 사거리, 탄두중량, 용도, 발사대 등의 제약 없이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ADD가 실시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실험이 대표적이다. ADD는 총 4단으로 구성된 발사체 중 2~4단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세부적으로는 △고체 추진기관별 연소 △단 분리 △페어링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탑재체 분리 등이다.

국방부는 발사체 길이와 무게 등 구체적인 제원은 국방 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설계 완성 단계인 1단 로켓을 포함하면 500㎏의 소형 위성을 고도 500㎞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개발도 가능해졌다. 사거리를 3000㎞로 기준으로 잡을 경우 한반도에서 중국의 동부 해안을 넘어 서부 내륙까지 타격할 수 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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