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삐뚤어진 관행 개선이 노동개혁 시작

입력 2023-01-08 17:47   수정 2023-01-09 00:18

노동개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윤 대통령은 노조를 공직, 기업과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세력으로 지목하고 노동개혁을 모든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이권 카르텔을 맺고 있는 노동단체와 시민단체, 좌파 정당들이 스크럼을 짜고 개혁에 반대하는 한국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힘든 작업이다. 문재인 정권 때는 개혁은커녕 친노동정책을 펼치며 ‘촛불혁명 동지’ 민주노총의 환심 사기에 급급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흐름을 끊고 노동개혁의 의지를 다진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선 커다란 기회다.

문제는 노동개혁을 어떻게 추진하느냐다. 노동개혁은 의식·관행 개선과 제도적 개선으로 나눌 수 있다. 의식·관행은 법과 원칙의 메스를 가함으로써 상당 부분 고칠 수 있다. 화물연대의 불법파업, 건설노조의 갑질, 대기업 노조의 사장실 점거농성, 노조 간부들의 비리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한 노동운동 적폐다.

하지만 문 정권은 법과 원칙을 아예 적폐 취급하듯 했고 불법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에 내려보내 공권력을 무력화했다. 경영계는 법치주의 실종으로 연간 수천억, 수조원의 손실을 본다며 강력한 법 집행을 호소했지만 국가 권력은 모르는 체하기 일쑤였다.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에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노동개혁의 또 다른 축은 제도적 개혁이다. 지금 한국의 고용 및 노동관계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경직적이다. 회사가 문을 닫게 생겨도 해고할 수 없고, 불법파업이 벌어져도 대체근로가 불가능해 앉아서 생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제 노동개혁을 통해 국제 기준에 맞게 노동시장 및 근로시간 유연화와 사용자의 노조대항권 확대 등을 담은 제도적 개혁을 결행할 시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윤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에는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만 포함돼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개혁 연구 의뢰를 받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대체근로 허용, 파견 대상 확대, 주휴수당 개선 등은 추후 과제로 미뤄놨다. 이렇게 되면 제도적 개혁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

개혁 성공을 위해선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노동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처럼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으면서도 노동운동이 거칠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노동개혁 경험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프랑스는 외신조차 “개혁은커녕 통치하기도 어려운 나라”라고 평가할 정도로 노사 갈등이 심한 나라다. 전임 자크 시라크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 각각 시도한 ‘최초 고용계약법’과 ‘주 35시간 근로제 유연화’가 노동조합과 청년들의 극렬 반대 시위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하지만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개혁이 불가능할 것 같던 프랑스에 개혁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마크롱은 전국을 돌며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했다. 개혁의 진정성에 대한 국민 설득 작업이 먹혀들어 가면서 철옹성 같던 노조의 반개혁 전선은 무너졌고 마크롱의 개혁이 탄력을 받고 있다. 윤 정부도 국민에게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어렵다는 노동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고 ‘한국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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