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짓말이 차고 넘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적어도 한국 정치의 속성이 정권 유지와 권력 창출을 위한 진흙탕 싸움이란 점을 생각하면 거짓말은 정치인이 외면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일 것이다. 궁지에 내몰렸을 때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로, 때론 정적을 곤궁에 빠뜨리거나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말이다. 거짓말은 정치판의 가장 효과적인 공격·방어 수단이지만 국민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이런 정치판 생리에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여전히 견디기 힘든 건 ‘나의 승리가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듯 의식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악의적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우연히 잡지에서 읽은 한 국내 신경정신학자의 분석이 명쾌하다. 그는 이런 정치인이 가진 공통적인 특성을 과도한 자기애적 성향으로 규정했다. 자신은 특별하고 선택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거짓말을 해도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를 따르는 지지자라면 내가 하는 거짓말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극단적 편향성을 갖기도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민주당은 현직 제1야당 대표 소환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자 ‘사법 쿠데타’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불법·거짓 의혹에 휩싸인 정치인이 야당 지도자가 된 것도 처음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망각을 생명줄로 삼는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덮는 혼돈 상황에서 잊힌 거짓말은 간혹 셀프 면죄를 받곤 한다. 이어령 선생은 생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했어요. 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니 어리석죠.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라고 했다.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 신뢰에 기초한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불법·거짓 의혹부터 깨끗이 털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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