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복수극' 3월까지 기다리라니…" 넷플릭스의 '한 수'

입력 2023-01-12 21:00   수정 2023-01-12 23:41


30대 회사원 최모 씨는 지난 주말 '더 글로리'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새로 결제했다. 최 씨는 "볼 만한 게 없어 지난해 구독을 끊었는데 주변에서 '더 글로리'가 워낙 인기라 궁금했다"며 "재미있게 잘 봤지만 지인들 얘기처럼 파트2가 나오는 3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푸념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드라마 '더 글로리'로 전세계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6부작을 2개 파트로 나눠 시간 차를 두고 공개하는 전략으로 구독자를 붙드는 '락인 효과'가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했던 '킹덤', '오징어게임' 등과 달리 순차 공개로 전략을 바꾼 '더 글로리'도 흥행을 지속하면서 한국 콘텐츠의 파트·시즌제 도입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파트1(1~8회) 공개 후 13일 만으로 누적 시청 시간만 1억 시간이 넘는다.

학교폭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송혜교)이 본격 복수에 나서는 파트2는 오는 3월 공개한다. 파트1에 호평을 쏟아낸 이용자들은 파트2 공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16부작 드라마를 파트 2개로 쪼갠 것은 넷플릭스의 그간 행보와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의 경우 1회부터 최종회까지 전편을 일시 공개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013년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첫 시즌 13편을 한꺼번에 공개하면서 '빈지 워칭(Binge-watching)', 즉 몰아보기란 개념을 시장에 도입했다. 흔히 말하는 '정주행'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은 물론이고 K 콘텐츠 열풍을 이끈 '킹덤',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도 모두 전편을 일시에 공개했다.

몰아보기를 고집했던 넷플릭스의 기조는 지난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트를 나누거나 콘텐츠를 주마다 1~2편씩 순차 공개하는 등 전략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오자크' 시즌4(14부작)는 2개 파트로 나뉘어 1월에 파트1, 4월에 파트2를 공개했다. '더 글로리'처럼 3개월 간격을 둔 것이다.

같은해 5월에는 넷플릭스의 간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4(9부작)가 한 달여 텀을 두고 파트1, 2를 차례로 선보였다. 스페인 드라마를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12부작)도 파트1이 작년 6월에, 파트2는 5개월이 훌쩍 지난달에 베일을 벗었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전략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마존 프라임, 훌루, HBO 등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의 폭발적 성장세도 꺾였다. 서비스 출시 1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분기 유료 구독자가 감소세로 전환했고, 2분기도 구독자가 줄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기존 TV 채널과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몰아보기'를 내세웠던 넷플릭스가 과감하게 전략을 수정한 이유다.


파트 쪼개기 전략은 이용자 사이에서는 '불호'다. 다음 회차나 파트를 기다리는 것은 기대 섞인 즐거움이기보다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극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이용자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는 걸 아는데 파트2를 두 달이나 넘게 기다려서 보라는 건 구독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넷플릭스의 인기 요인은 언제든 편하게 '몰아보기'가 가능했다는 건데, 이용자 불만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개 방식에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지만 넷플릭스는 파트 쪼개기 전략을 계속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킹덤'과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한국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킬러 콘텐츠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더 글로리'는 한국 콘텐츠의 파트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며 "유명 배우나 작가, 감독이 만든 작품은 어느정도 인기가 보장되고, 파트를 쪼개면 화제성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 '더 글로리' 흥행으로 한국 콘텐츠의 파트·시즌제 도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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