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징역 35년 받은 횡령범

입력 2023-01-12 18:02   수정 2023-01-13 00:27

탈세 사기 등 화이트칼라 범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1930년대 미국 사회학회장을 지낸 에드윈 서덜랜드 전 인디애나대 교수다. 그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피해액이 절도 강도 등 일반 재산 범죄보다 40배나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 위험성에 일찍 눈을 뜬 미국은 전 세계에서 금융 범죄를 가장 엄히 다스리는 곳이다. 희대의 폰지 사기를 저질러 복역 중 지난해 사망한 버니 메이도프 전 나스닥거래소 이사장의 형량은 150년이었다. 보험 사기꾼인 뉴욕 사업가 숄람 와이스와 케이스 파운드의 형량은 각각 845년과 740년이었으며, 이 중 한 사람은 이미 복역 중 세상을 떠났다.

작년 말 체포된 세계 3대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맨프리드에겐 종신형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폰지 사기범 메이도프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 등 소수의 VVIP에게 피해를 준 반면 뱅크맨프리드는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안겨 죄질이 더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화이트칼라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은 경합범의 경우 각 범죄의 형량을 무조건 합산하는 병과주의 방식을 택해 수백 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죄가 추가될 때 형량의 절반만 가중하고 있다.

최근엔 화이트칼라 범죄에 법원이 작심 판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215억원 횡령 혐의로 기소된 전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에게 징역 35년이 선고됐다. 횡령 혐의로 개인에게 30년 이상 징역형이 내려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판사의 양형 이유가 통렬하다. “‘출소 후 이익 향유’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횡령범이 형기를 모두 채우면 80세가 넘어야 출소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은 변호사 회계사 공직자 언론인은 물론 대법관에 대통령 후보를 지낸 거대 야당 대표까지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얽혀 있는 가히 단군 이래 최대 화이트칼라 범죄 사건이다. 한점 빠짐없는 진실 규명과 한 푼 빠짐없는 은닉재산 수색·환수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본을 이뤄야 할 것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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