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가 상승 마감했다. 다만 극심한 변동성을 거쳤으며, 결과는 미지근(?)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증시는 소폭 상승 출발할 전망이다.
그는 "미 증시가 CPI 발표 후 차익 매물 출회되며 하락하기도 하는 등 변동성을 키운 점은 한국 증시의 매물 소화 과정이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하지만 매파적 성향의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경제에 대한 자신감 표명과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 심리를 높이는 발언을 단행하자 미 증시가 상승 전환한 점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CPI 하락, 원달러 환율 급락 등 호재성 재료에 힘입어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겠으나,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선반영 인식이 있는 재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증시 상단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장중 예정된 한은의 금통위 결과 및 이후 한은 총재 코멘트를 통에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이제 단순히 가격이 싸서 오르는게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인한 상승인만큼 하방이 단단한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던 CPI 상승률은 10월 7.7%로 둔화한 데 이어 12월에는 6%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이다. 특히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로 CPI가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최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7%, 전월보다 0.3%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연내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음 달 1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0.50%포인트보다는 0.25%포인트 금리인상안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Fed는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후 12월 0.5%포인트로 인상 속도를 늦췄다.
최근 미국 재계에서 정리해고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실업수당 청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청구 건수가 15주 사이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000 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63만 건으로 직전보다 6만3000 건 감소했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12월 CPI가 전월 대비로 하락세를 보이고, 전년 대비로도 상승폭을 낮췄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다만 상승폭은 전날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선반영하면서 크지 않았다.
아메리칸항공의 주가는 4분기 실적 예상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에 9% 이상 올랐다. 카바나의 주가도 쇼트 스퀴즈 추정 매수세로 46% 이상 올랐다. 최근 반등을 모색해온 테슬라의 주가는 0.3%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과 전문가들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무게를 두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지난해 미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도 한은의 추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두 나라 사이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예정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최종 금리 수준 등과 관련된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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