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에 맞선 '유럽의 송곳'…박진 장관이 만나는 이유는

입력 2023-01-13 10:28   수정 2023-01-13 11:19



박진 외교부장관이 13일 가브리엘리우스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과 회담한다.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이 2020년 3월 만난 지 약 3년만이다.

리투아니아는 발트해에 접한 발트 3국 중 하나다. 인구는 300만명으로 세계 141위이며 면적도 652만9000 헥타르(세계 124위)로 크지 않은 나라다.

유럽에서도 소국으로 분류되는 리투아니아의 외무장관이지만, 오늘 박 장관과의 회담이 주목되는 이유는 있다. 바로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와 정면으로 맞서는 '유럽의 송곳'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두달 만인 지난해 4월,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초로 러시아산 가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회원국을 격려했다. 가스프롬(Gasprom)이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볼모로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고 있는 러시아에 공공연히 반기를 든 것이다.




이는 리투아니아의 친(親) 우크라 정책의 시작이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6월 터키로부터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구매해 이를 우크라이나에 무상 제공했다.

이를 위해 리투나이나에서는 무기 지원을 위한 기금 모금 운동이 벌어져 600만유로(약 80억원)이 모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코트라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말까지 변압기 114대를 실은 트럭 6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고 총 252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부'를 설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타이페이 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부를 설립한 것 역시 EU 회원국 중 최초다. 중국 외교부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 같은 노골적인 행위에 굳건히 반대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리투아니아는 '민주주의 가치 외교'를 대외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란츠베르기스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 조약에 기반한 안보에 의존한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중국과 맞서는 것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얻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리투아니아는 동쪽으로 라트비아를, 서쪽으로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주를 접하고 있다.

라트비아라는 완충지대가 있긴 하지만 동서 양면으로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만큼 언제나 침공의 위협에 시달릴 수 있는 셈이다. 정서적으로도 과거 폴란드-리투아니아 대공국이 러시아 제국에 지배돼 '반러 감정'이 강하기도 하다.

이에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는 최전선에 서면서 미국과 EU의 지지를 겨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리투아니아가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화물을 제한하자 “우리는 나토를 지지하고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며 “특히 나토 5조(집단방위 규정)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는 "리투아니아는 폴란드와 함께 유럽에서도 가장 반러시아 정서가 강한 국가 중 한 곳"이라며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옛소련에서 독립했던 역사적 배경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색 지우기'에 몰두해왔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란츠베르기스 외무장관과 반도체·레이저 등 첨단기술 협력과 우크라이나 지원, 한반도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란츠베르기스 외무장관은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리투아니아가 보유한 액화천연가스(LNG)와 레이저 산업 강점을 강조하며 협력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SK그룹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기업 임원들과도 만났다.

란츠베르기스 외무장관은 같은 날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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