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교수 "소아암 환아 쉼터 절실…기업들 동참을"

입력 2023-01-13 18:50   수정 2023-01-16 14:43

“국내에서 양성자 치료기기를 보유한 병원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뿐입니다. 수도권에 살지 않는 환자는 6~7주 정도 원정 진료를 받아야 하죠. 양성자 치료가 꼭 필요한 소아암 환자들이 치료기간에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교수(사진)는 13일 “전국 각지의 소아암 환자들이 양성자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근처 환자방, 고시원 등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저출산 시대에 소중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소아암 환자 쉼터 조성을 위한 ‘4P 하우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목표 금액은 50억원. 양성자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들이 치료기간 동안 부모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짓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한 기업이 캠페인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어린이 안전용품 1위 브랜드인 ‘아가드’를 보유한 리파코다. 리파코는 아가드와 유아브랜드 ‘돗투돗’을 활용한 소셜 기부 행사 ‘소행성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첫 라이브방송 매출의 10%인 1500만원을 국립암센터에 기부했다. 당시 라이브방송에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리파코는 연 매출이 300억원 정도지만 매년 수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어린이용품을 만드는 기업의 가치는 ‘이윤’보다 ‘사회적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는 경영 철학 때문이다. 김준태 리파코 대표는 “10년 넘게 아이들 제품을 판매하면서 기업이 사회에 줄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다”며 “김 교수를 통해 쉼터의 필요성을 듣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양성자 치료는 정상 조직에 영향을 적게 주면서 정밀하게 암을 없애주는 치료법이다. 치료 후에도 오랜 기간 살아가야 하는 소아암 환자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 아이들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암이 없는 정상 조직까지 망가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는 소아암 환자 상당수는 뇌종양에 걸린 아이들이다. 이들의 40% 이상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산다. 치료를 위해 6~7주간 병원을 오가야 하는데 머물 곳이 없어 아이와 엄마가 병원 근처 고시원 등을 떠도는 일이 많다. 김 교수는 “집을 떠나 몇 주씩 치료받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소아암 환자들이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쉼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이들 치료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등에는 소아암 환자를 위한 병원 근처 쉼터가 잘 조성돼 있다. 최근 맥도날드가 ‘행운버거’ 판매 수익금 등으로 지은 양산부산대병원 근처 쉼터가 이런 사례다. 하지만 수도권엔 아직 이런 시설이 구축되지 않았다.

김 교수가 사비를 출원하고, 리파코가 힘을 보탰지만 쉼터 조성 기금은 여전히 부족하다. 김 대표는 “아이들 용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엄마와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며 “소아암 환자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이 더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이지현/사진=이솔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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